워싱턴을 비롯한 미 동부지역이 끝도 없이 쏟아지는 눈 폭탄에 하얗게 질렸다. 지난 5, 6일 내린 기록적인 폭설로 교통이 끊기면서 도시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던 워싱턴과 버지니아주 등은 10일 또다시 강풍을 동반한 눈보라가 몰아쳐 마비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이다.
이날 동부지역에는 워싱턴에 30㎝가량의 눈이 내린 것을 비롯, 뉴욕 필라델피아 등은 무려 60㎝ 가까운 적설량을 기록했다. 폭설과 함께 강풍 때문에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을 때 발령되는 ‘눈보라 경보’도 내려졌다.
2차 폭설로 워싱턴은 올 겨울 들어 139.4㎝의 눈이 내려 1898년 말~1899년 초의138.2㎝의 기록을 111년 만에 갈아치웠다. 메릴랜드주 볼티모어도 183.6㎝를 기록해 1995년 말 이후 15년 만에 가장 많은 눈이 내렸다.
도심기능 올스톱
8일부터 주요부처의 출근길이 막혔던 워싱턴 연방정부는 11일에도 문을 닫기로 했다. 연방정부가 나흘간 폐쇄되기는 96년 폭설로 1주일간 문을 닫은 이후 처음이다. 이날 오전 예정됐던 에너지정보청(EIA)의 원유제고량 발표가 12일로 연기되는 등 각종 경제지표 발표가 늦춰졌다. 초중고교도 12일까지 수업을 중단, 지난 금요일 이후 장기 휴교에 들어갔다. 워싱턴 덜레스 공항을 비롯한 주요 공항과 열차, 버스 교통망도 대부분 취소됐다.
10일 열릴 예정이던 도요타자동차 하원 청문회가 24일로 연기되는 등 의회 일정도 혼선이 빚어졌다. 하원은 이번 주 예정된 모든 표결을 취소했고 상원도 이날 일정을 중단하고 11일로 연기했다. 그러나 회기가 언제 정상적으로 재개될 지 불투명하다.
지난주 폭설이 비켜갔던 뉴욕도 이날 내린 눈 폭탄으로 맨해튼의 기능이 마비됐다. 법원과 관공서는 물론 상당수 기업이 휴무 또는 재택근무를 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취임 후 처음으로 사무실 대신 집에서 근무했다. 마틴 네시르키 대변인은 “유엔본부 건물이 오늘 하루 폐쇄됐다”고 밝혔다. 이는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의 시청폐쇄 조치의 일환이라고 유엔본부측은 전했다.
피해 눈덩이
미 인사관리처(OPM)는 연방정부가 하루 문을 닫을 경우 기회비용 및 생산성 손실이 하루 1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따라서 나흘간 계속된 정부 폐쇄로 4억달러의 손실이 불가피하게 됐다. 정부기능이 언제 정상화할 지 알 수 없어 피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자체의 제설비용도 잇단 폭설로 이미 바닥나 복구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버지니아주와 워싱턴은 6월까지인 회계연도에 책정해 놓은 제설비용이 이미 바닥난 상태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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