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가고 싶어도 비행기 좌석이 없어 못가요."
중국 베이징의 여대생 수리팡(蘇令方·24)씨는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설날)를 맞아 모처럼 한국으로 여행을 떠나려 했던 계획을 접어야 했다. 여행사에서 "항공편 좌석이 없어 80명 규모의 단체도 취소시켰다"며 손사래를 쳤기 때문이다.
춘제 연휴를 맞아 중국인 관광객들이 대거 우리나라를 찾는 '춘제 특수'가 일고 있으나 항공편 좌석이 없어 '손님'들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 지고 있다.
중국관광에 나선 내국인들이 입국 항공권을 선점하는 바람에 정작 중국인 관광객들에게는 한국행 좌석이 돌아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이번 춘제 기간 중 방한할 중국인 관광객 수는 최대 6만2,000명. 작년에 비해 15% 가량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공사측은 "설 연휴를 맞아 중국관광에 나선 내국인 관광객들이 귀국 항공편을 대거 선점해 중국인 관광객들의 한국관광 '춘제 특수'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꽁꽁 얼어붙었던 내국인들의 설 연휴 해외관광이 다시 불붙은것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환율하락 등에 따른것. 각 여행사들에 따르면 작년 설대비 해외 여행객수는 약 40~80%씩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하나투어의 경우 설 연휴 해외여행객 중 가장 많은 이들이 중국(32%)을 선택했고 이는 작년보다 47%나 급증한 수치다. 서울로 들어오는 항공편이 동이나자 그동안 중국 현지에서 공들여 춘제마케팅을 펼쳤던 관광공사 지사나 인바운드 여행사들도 많이 허탈해하고 있다.
발렌타인데이와 연계한 '달콤한 한류로의 초대'등 다양한 아이템을 선보였지만, 결국 소프트웨어가 아닌 항공편 좌석 문제로 있는 '손님' 조차 되돌려 보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뜻밖의 중국발 입국 항공편 과부족 현상은 대부분 항공사가 지난해 여행 침체기 때 한중노선의 규모를 축소한 데에도 원인이 있다.
당시 국내 항공사들은 한중노선 편수를 줄이고 항공기도 좌석수가 적은 기종으로 교체했으나 이후 수요변화에 맞춘 항공편 확대조정은 제때 이루어지지 못했다.
여행업계에서는 항공편이 충분했다면 이번 춘제 중국인 관광객 증가율은 5%포인트 정도 더 높아질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하고 있다.
실제로 전세기가 특별 증편된 제주도의 경우 이번 춘제 기간중1만3,000여명의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 예년보다 20~25% 확대된 '춘제 특수'를 누리게 됐다.
아쉬움은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한국방문의해'를 걸고 관광객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던 담당기관들이 수요 예측은 물론 항공사 등 과의 유기적 업무에도 미흡했던것 아니냐는 것이다.
인바운드 여행사의한관계자는 "일본은 춘제 특수를 잡기 위해 대형 가전제품 전문점, 백화점까지 나서 대대적인 중국 관광객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며 "춘제, 노동절, 국경절 등 중국의 3대 황금연휴에 대해서 만큼은 특별한 마케팅과 대책을 세워 놓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공사측 관계자는 "전세기 증편 등은 양 국가간 운송량 협의 안에서 이뤄져야 하고, 분담금 등 얽힌 문제가 많아 단기간에 쉽게 진행하기는 어렵 다"고 해명했다.
이성원 기자 sungwon@hk.co.kr
사진=류효진기자 jsknigh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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