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의 미등록 CMS 계좌 자금이 "모두 당 등록계좌로 옮겨갔다"는 민노당의 당초 해명과 달리, 2008년 8월 이전에는 민노당 공식 자금 외에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2006년부터 3년간 CMS 계좌에 모인 정치자금 170여억원이 불법 조성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개미 당원들이 1만원씩 낸 당비가 불투명하게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아 비난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정치자금법상 정당이 자신의 계좌를 모두 선관위에 신고토록 한 것은 정당의 수입과 지출 내역을 모두 공개해 정치자금을 투명하게 운영하라는 취지다. 민노당이 당비를 모으는 CMS계좌를 미신고한 것부터 투명성을 의심받을 대목이나, 전액이 등록계좌로 넘어왔다면 해당 정치자금은 절차적 규정은 어겼을지언정 도덕적으로는 별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2008년 8월 이전 CMS계좌 자금이 당의 선관위 등록 계좌로 입금되지 않고 10개 이상의 다른 계좌로 빠진 것으로 확인돼 민노당의 정치자금이 실제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운용됐는지 알 수 없게 됐다. 당이 선관위에 보고하는 회계보고서에는 이들 금액은 전혀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민노당은 "CMS 계좌를 통해 기관지 구독료, 노동조합비, 남원연수원후원회비를 거둬 기관지위원회, 노동조합, 남원연수원후원회 등 각각 해당 기관 내지 담당자의 계좌에 넣어 준 것"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이 자금 역시 민노당 명의로 거뒀다는 점에서 정당의 선관위 등록 통장을 통해서 공식적으로 지급해야 한다. 민노당은 또 이들 계좌가 선관위에 등록할 필요가 없는 계좌라고 설명했으나 선관위 관계자는 "기관지나 연수원후원회 등도 정당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신고하는 게 맞다"면서도 "다만, 이들 기관들이 정당과 완전히 독립된 형태인지 등 구체적으로 따져볼 대목이 있다"고 말했다.
CMS 계좌 자금은 이외에도 국회의원이나 다른 당직자들의 여러 계좌에도 흘러갔다. 국회의원의 의정활동비로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이 자금도 마찬가지로 당의 선관위 등록 통장을 통해 나가야 한다. 특히 CMS자금이 흘러간 국회의원 계좌가 선관위에 등록된 계좌가 아닌 것으로 확인될 경우 불법 정치자금을 운영한 셈이 돼 민노당으로선 치명타를 맞을 수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당의 수입과 지출은 모두 신고된 계좌에서 운영해야 한다"며 "계좌의 미신고 뿐만 아니라 지출 과정도 정치자금법을 어긴 셈이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은 그러나 2008년 초 분당사태를 겪은 후 오병윤 사무총장이 임명된 같은 해 8월 이후에는 CMS 계좌 자금 55억원을 모두 당 등록계좌로 옮겼다. 이는 당시 분당을 주도한 정파들이 민노당 당권파에 대해 불투명한 회계 운영을 지적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민노당에 몸 담았던 전 당원은 "CMS계좌의 돈이 국회의원 후원회, 기관지 등 여러 곳으로 뿌려지고 나머지 자금은 당의 공식 통장으로 들어오는 것으로 들었다"며 "당시 당비 집행과정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자금 조성이 불법적이지는 않지만, 자금 운영 과정이 투명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실수로만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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