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는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정면 비판했다. 정 총리는 박 전 대표의 이명박 대통령 ‘강도론’발언 비판에 대해 “집안 사람이 강도로 돌변한다는 것은 제 상식으론 도저히 상상하기 힘든 가정”이라고 말했다. ‘정치집단의 보스’(4일 국회대정부질문 답변) 발언 후 1주일 만에 나온 박 전 대표 겨냥 발언이다. 박 전 대표 비판을 자제해온 정 총리가 박 전 대표의 발언 자체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 총리는 세종시 수정안 발표 한 달을 맞아 가진 간담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강도론은) 대내외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국력 결집과 화합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대통령으로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정 총리는 ‘보스 발언’에 대해서도 “혹시 표현이 거친 것이 있다면 불찰이지만 그 내용은 철회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최근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회동 주선 의사를 밝혔던 정 총리는 “(총리가) 정치지도자들의 대화를 주선할 힘은 없어 보인다”며 입장 변화를 보였다.
정 총리는 야권의 총리 해임건의안 제출 움직임과 관련해서는 “당사자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서울대 총장을 지낸 사람이 대한민국 총리를 하기에 자질이 부족하다는 건 국민들이 판단해주실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른바 조건부 용퇴론에 대해서도 “세종시 수정안이 통과되면 용퇴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세종시 수정안의 4월 국회 처리를 주장해온 정 총리는 “올해 상반기에 처리되지 않으면 세종시문제가 영구미제가 될까 걱정이다”고 우려했다.
정 총리는 지난 10일 끝난 대정부질문에 대해선 “상대방을 이해하는 바탕에서 실질적, 합리적 토론이 되도록 정치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며 대정부 질문 형식 등에 관한 아쉬움을 표시했다.
정 총리는 이날 간담회에서 “세상에 특단의 정책이 뭐가 있겠나”, “정치상황의 변화가 참 아쉽다”, “ 제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나”며 여러 차례 세종시 해법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다.
장재용 기자 jyjang@hk.co.kr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저작권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