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한증(恐韓症)세대'로 태어나 32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 축구가 한국을 이기는 것을 지켜봤다. 이제 중국도, 나도 새로 태어난 느낌이다(1978년생 중국 젊은이 딩단야(丁丹雅). "
중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32년 만에 한국 대표팀에 대승한 10일 밤 중국 전역은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에 휩싸였다.
춘제(春節ㆍ설ㆍ14일)를 앞두고 가장 큰 선물을 받은 듯, 베이징(北京)과 선양(瀋陽), 칭다오(靑島), 광저우(廣州) 등 중국 주요 도시마다 젊은이들이 쏟아져 나와 폭죽을 터뜨리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베이징의 신징바오(新京報)와 상하이(上海)의 동팡차오바오(東方朝報) 등 주요 언론사들은 11일 중국이 도쿄(東京)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대회에서 한국을 3대0으로 완파한 소식을 대서특필하면서'32년 만에 공한증의 악몽을 털어냈다','암흑 같았던 중국 축구에 한 줄기 서광이 비쳤다'며 이번 승리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 네티즌들도 열광했다. 문자로 경기를 중계한 시나닷컴과 텅쉰(QQ) 등 주요 포털사이트에는 경기가 끝난 뒤 몇시간 만에 10만 건이 넘는 댓글이 올라왔다.
대부분'아바타 보다 더 생동감 넘치는 감동으로 중국 축구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민족 최대 명절인 춘제를 앞두고 항한(抗韓)영웅들이 큰 선물을 안겨줬다'는 등 찬사로 가득했다. 특히 중국 네티즌들은 이번 승리가 최근 대대적으로 전개된 중국 축구 정화캠페인 직후 일궈낸 성과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축구계는 그 동안 승부조작과 뇌물 등 고질적 비리의 온상으로 지탄받아왔다. 급기야 중국지도부가 직접 사정을 촉구하고 나서 축구협회 부주석이 체포되는 등 강도높은 사정이 이뤄졌지만, 축구팬들의 외면으로 권위가 땅에 떨어진 상태였다. 여기에다 중국 축구대표팀의 남아공 월드컵 본선진출이 좌절되면서 축구 열기가 크게 꺾여 있었다.
때문에 이날 승리는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중국 축구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한 낭보로 평가되고 있다. 베이징대 학생인 저우삐중(周必仲)군은 "더 이상 한국은 없다"며 "1978년 방콕 아시안 게임에서 시작된 공한증의 주술이 이제는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편 관영 중국중앙(CC)TV는 이날 경기를 중계하지 않아 중국 축구팬들의 거센 비난을 사고 있다.
베이징=장학만 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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