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라이벌 김연아(고려대)와 아사다 마오(이상 20ㆍ주쿄대)가 마지막 승부를 벌인다.
주니어 시절부터 맞수로 성장해 온 피겨 여자싱글 세계랭킹 1위 김연아와 3위 아사다는 이번 밴쿠버동계올림픽(12~28일ㆍ현지시간)이 사실상 마지막 맞대결이다. 4년 뒤인 2014년, 이들의 나이는 스물넷. 수명이 짧은 종목의 특성상 4년 뒤를 기약하기는 힘들다. 김연아와 아사다가 피겨 인생의 자존심을 걸고 모든 것을 토해낼 한판 승부가 동계올림픽 최고 하이라이트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다. 쇼트프로그램은 한국시간으로 24일 오전 9시30분, 순위가 확정될 프리스케이팅은 26일 오전 10시에 시작된다.
▲5승3패-3승5패
김연아와 아사다의 시니어 첫 맞대결 무대는 2006년 12월 러시아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이었다. 김연아가 184.20점으로 우승했고, 아사다는 172.52점으로 2위에 만족해야 했다. 두 번째 만남인 2007년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아사다가 홈에서 멍군을 불렀다. 우승은 못했지만, 194.45점으로 2위에 오르며 3위(186.14점) 김연아를 내려다본 것. 이후 금메달을 나눠가지던 둘의 희비는 지난해부터 극명하게 엇갈린다.
김연아는 캐나다 4대륙선수권대회, 미국 세계선수권대회, 프랑스 그랑프리 1차대회에서 전부 아사다를 꺾고 정상에 올랐다. 김연아가 전성기를 구가하는 사이 아사다는 150.28점으로 개인 최저점 불명예 기록을 세우는 등 슬럼프에 빠졌다. 그나마 지난달 말 열린 전주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우승, 올림픽을 앞두고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김연아와 아사다의 시니어 역대 맞대결 전적은 김연아의 5승3패 우세. 진정한 승자는 밴쿠버 퍼시픽 콜리시엄에서 가려진다.
▲팔방미인과 스페셜리스트
라이벌로 불리지만 전문가와 언론의 올림픽 금메달 예상은 김연아 쪽으로 기운다. 점프, 스핀, 스텝은 물론 안무 이해와 표현력, 스케이팅 기술까지 흠잡을 곳이 없다는 게 압도적 지지의 이유다. 반면 아사다는 주특기인 트리플 악셀(왼발 바깥 에지로 앞으로 점프해 3.5회전)의 성공 여부에 따라 점수가 롤러코스터를 탄다.
최근 김연아가 빠진 채 치러진 전주4대륙선수권대회에서는 프리스케이팅에서 트리플 악셀을 두 차례 다 성공하고도 126.74점을 받는 데 그쳤다. 김연아는 지난해 10월 프랑스에서 열린 그랑프리 1차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 스케이트 날이 얼음에 걸리는 바람에 예정됐던 트리플 플립(뒤로 반 바퀴 돈 뒤 왼발 안쪽 에지로 점프해 3회전)을 포기하고도 역대 최고점인 133.95점을 기록, 총점 210.03점으로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점프의 실수를 만회하고도 남을 만큼 다른 요소들이 완벽했다는 뜻이다.
▲피겨퀸의 올림픽 후 행보는?
김연아의 올림픽 후 행보를 두고 말이 많다. 지난달 말에는 프로 전향 전망을 두고 김연아의 소속사인 IB스포츠와 기사를 보도한 언론사가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프로 전향은 곧 순위 싸움에서 벗어나 전세계를 돌며 아이스 쇼 공연 위주로 팬들과 만난다는 얘기다. 실제로 적지 않은 피겨 금메달리스트들이 올림픽 후 아마추어 피겨를 벗어나 다른 삶을 살았다.
현재 김연아의 경우 3월 토리노 세계선수권대회까지는 출전을 확정해뒀다. 하지만 이후 행보는 알 수 없다. 금메달 획득 여부에 따라 달라질 전망. 다만 다음 올림픽을 염두에 둔다면 김연아의 성격상 프로로 피겨를 즐기다가 2014년이 임박해 올림픽 준비에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측근들의 생각이다.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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