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정체제개편특위 소위원회가 다음 지방선거(2014년)부터 서울특별시와 6개 광역시에서 구청장은 민선으로 선출하되 구의회는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잠정 합의인 만큼 앞으로 여론수렴 절차를 거치겠다지만 지방자치의 근본을 허물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허투루 입법화하거나 서둘러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지방자치의 기초단위로서 단체장을 비판ㆍ감시하는 원론적 기능을 효율성 때문에 없애겠다는 인식이야말로 쇠뿔을 교정하려다 소를 죽이는 꼴이 아닐 수 없다.
지방의회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고, 특히 기초자치단체인 대도시 구의회의 경우 문제가 많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유권자들이 구의원을 잘 모르는 가운데 끼리끼리 모이는 친목단체로 전락하기도 하고, 같은 생활권 안에서도 지역이기주의로 행정이 중첩되는 등 '없어도 될 기구'라는 인식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갖가지 명목으로 세금을 빼먹고 있으니 효율성 측면에선 '해만 끼치는 기구'라 여길 만하다.
국회 특위가 폐지에 합의하면서 내놓은 대안도 여기에 근거하고 있다. 구의회 기능은 광역의회가 대신토록 하고, 구 차원의 민원 수렴을 위해 광역의회 의원 수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또 구청장과 시의원, 구민직능대표 등으로 구정협의회를 구성해 주요 정책을 협의하면 된다고 한다. 간추리면 기초단체의 경우 지방자치 실시 이전으로 돌아가되 단체장만 정부가 임명하는 대신 주민이 선거로 뽑는다는 얘기다.
구의회의 문제점을 해결하겠다면 차라리 지방자치를 시작하던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면 어떨까. '무보수 봉사직'으로 시작했던 기초단체 의원들이 고위공무원이나 대기업 임원처럼 변질돼 문제가 더 불거지고 있다. 더 중요한 일은 주민 참여를 늘리고 의회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등 구의회가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는 방안을 궁리하는 것이다. 지방자치란 주민들이 직접 단체장을 선출하기도 하지만, 주민 스스로 의회를 구성해 참여와 견제ㆍ감시 역할을 하는 게 더 중요한 본질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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