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를 비롯해 최근 잇따른 일본 주요 기업의 경영 실패에 대해 "예스맨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어 비판 자체가 금기시되는 에도(江戶)시대 번(藩ㆍ지방 영지) 같은 체질 때문"이라는 등 일본내 전문가들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일본의 시사평론가 사타카 마코토(佐高信)씨는 도요타 리콜 사태와 관련해 "비판 자체가 금기였다"며 "도요타는 너무 들떠있었다"고 지적했다고 도쿄(東京)신문이 10일 전했다. 그는 이런 문제가 일본기업에 공통된 "에도시대 번 같은 체질" 때문이라며 "'도요타번'에서 영주의 주위를 예스맨이 둘러싸서 비판적인 의견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현실을 잘못 본다. 언론도 광고에 둘러싸여 도요타에 무비판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타카씨는 "번은 영주를 지키기 위해 문제가 있어도 우선 감추고 공개적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십수년에 걸쳐 항공기 좌석의 검사결과 내용을 위조해 전세계에 팔아 온 '고이토(小絲)공업번'도,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일본항공(JAL)번'도 같은 경우"라고 말했다.
경제평론가 야마사키 하지메(山崎元) 락텐(樂天)증권경제연구소 객원연구원은 주류회사 기린과 산토리의 통합 무산 사례를 들어 "시장의 성숙에 반비례해 일본 경영자의 시야는 더 좁아졌다"며 "일본 경영자의 경영력, 구상력, 조직을 끌고 가는 힘이 쇠퇴하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주장했다.
소설가 고세키 도모히로(小關智弘)씨는 도요타에 대해 "쏟아지는 비판에 할 수 없이 리콜했다는 인상"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전했다. 그는 "무엇보다 일본제품이 신뢰를 잃는 것이 두렵다"며 "(도요타가)일본 산업 전체를 책임 지는 위치에 있다는 것을 자각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주요 경제단체 중 하나인 경제동우회 대표간사 사쿠라이 마사미쓰(櫻井正光) 리코 회장은 전날 강연에서 "일본 기업은 도요타를 반면교사로 삼아 자신들의 올바른 자세를 찾고 향후 문제점을 고쳐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한편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도요타사장은 9일자(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 기고를 통해 "가속 페달 결함과 관련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문제를 발견했으나 이들 결함간의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며 "품질기준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깊이 실망했으며 사과한다"고 밝혔다. 도요다 사장은 전세계 생산공정 전반에 대해 재검토에 착수했다며 안전 자문단 구성과 미국 내 품질향상 연구센터 설립을 약속했다. 도요다 사장은 다음주 미국을 방문해 도요타자동차 주주들에게 사과할 예정이며 24일로 연기된 미 의회 청문회에도 참석해 증언할 것이라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