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파' 결장은 변명거리가 될 수 없었다. 공격과 수비, 여기에 작전까지 총체적인 완패였다.
'허정무호'의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월드컵 전선에 빨간 불이 켜졌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10일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경기장에서 열린 중국과의2010 동아시아연맹선수권에서 0-3으로 완패하는 망신을 당했다.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을 노리며 지난달부터 담금질을 해온 '허정무호'로서는 충격적인 참패다. 32년간 이어진 한국 축구의 중국전 불패 신화도 막을 내렸다. 한국은 지난 1978년 방콕아시안게임 이후 중국과의 A매치에서 27경기 연속 무패(16승 11무)의 절대 우위를 보여왔다.
경기 결과 뿐만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완전히 밀렸다.
전반 5분 중국의 역습에 측면이 무너지며 선제골을 내준 한국 수비진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경기 내내 우왕좌왕했다. 공격진은 수 차례 잡은 득점 찬스를 단 한번도 살리지 못했다.
이동국(전북)과 이근호(이와타)를 최전방에 내세운 4-4-2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나선 한국은 전반 5분 왼쪽 풀백 이정수(가시마)의 실책성 플레이로 선제골을 내주며 흔들렸다. 왼쪽 측면을 돌파하던 취보의 크로스가 이정수의 발에 맞고 굴절됐고 다시 이를 잡아 올린 취보의 크로스를 위하이가 골에어리어 정면에서 헤딩, 한국 골네트를 갈랐다.
기선을 제압당한 한국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미드필드에서 패스가 자주 끊겼고 중국의 전방위 압박에 막히며 공격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전반 27분 수비진의 실책으로 추가골을 헌납하며 궁지에 몰렸다. 중앙 수비수 곽태휘(교토)가 우리 측 문전에서 걷어낸 볼이자오 쉬르의 발 끝에 떨어졌고 골에어리어 왼쪽으로 쇄도한 가오린이 두 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추가골을 얻지 못하며 하프 타임을 맞은 한국은 후반 들어 이근호 대신 이승렬(서울)을 투입하며 반전을 꾀했다. 그러나 볼 점유율에서 앞섰지만 중국의 빠른 공수전환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 오히려 후반 15분에는 덩주오샹에게 한 골을 더 내주며 영패의 수모를 당했다.
비록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박주영(AS 모나코) 등 '유럽파'가 제외됐다고 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패배다. 대표팀은 지난달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과 스페인을 거친 3주간의 전지훈련을 토대로 동아시아연맹선수권에서 남아공 월드컵의 기초 전력을 완성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중국전에서 허점만을 노출했기에 전면적인 전력 재점검이 불가피하게 됐다.
1승1패를 기록한 한국은 14일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일본과 이번 대회 최종전을 치른다.
한편 앞서 벌어진 여자부 경기에서도 한국은 중국과 2차전에서 후반에만 두 골을 내주고 지소연이 한 골을 만회했으나 결국 1-2로 져 남녀 대표팀 모두가 중국 축구에 일격을 당하며 고개를 떨궈야 했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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