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전은 월드컵 16강으로 가는 과정의 '쓴 약'으로 받아 들이기에는 모든 면에서 너무 참담한 패배다. 동아시아연맹선수권에서 해외 전지훈련의 성과를 종합하고 3월 3일 코트디부아르와의 친선 경기에서 남아공 월드컵 전술의 기본 틀을 확정하려던 '허정무호'의 노선도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중국전에서 노출된 문제점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전의 경기 내용은 '우연한 패배'로 치부할 수 없을 정도로 좋지 않았다. 경기 초반 주도권을 빼앗기자 공격과 수비 모두 급격히 무너져 내렸다.
전반 초반 선제골을 허용하며 무너진 조직력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회복되지 않았다. 그라운드에서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없었다. 특히 중국이 전방위에서 거친 압박을 가하자 미드필드 플레이가 전혀 살아나지 못했다.
전반전 밀집 수비에 막혀 패싱 플레이가 이뤄지지 못하자 수비라인에서 최전방으로 볼을 투입하는 단조로운 공격으로 일관했 다. 용병술이 적절했는지도 짚어볼 부분이다. 패배의 단초가 된 선제골은 대표팀의 왼쪽 측면이 허물어지며 비롯됐다. 취보가 미드필드 왼쪽 측면을 돌파할 때 네 명의 선수가 늘어서 있었지만 이를 제대로 막지 못했다. 허 감독은 이날 중앙 미드필더가 주 포지션인 오장은(울산)을 왼쪽 날개로, 홍콩전에 중앙 수비수로 출전했던 이정수(가시마)을 왼쪽 풀백에 포진시킨 실험적인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떨어지는 위기 대처 능력도 지적해야 할 부분이다. 선제골을 허용한 후 전력을 재정비할 시간이 충분했지만 대표팀은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허둥거리기만 할 뿐 짜임새 있는 플레이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대표팀이 올해 들어 4주간 소집훈련을 치렀음을 고려할 때 실망스러운 대목이다.
김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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