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말 대형마트에 장을 보러 간 주부 김모(36)씨는 입구에서 나눠주는 한 통신업체 광고전단을 받고 깜짝 놀랐다.
경쟁업체에서 초고속인터넷 가입조건으로 15만원어치의 경품을 지급받은 것이 불과 몇 달 전인데, 이 업체는 40만원 상당을 주겠다는 것.
김씨는 "업체들이 고객유치를 위해 벌이는 출혈경쟁이 도를 넘어선 것 같다"며 "결국 이런 비용이 모두 소비자에게 돌아온다고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고 말했다.
유선통신업체들의 초고속인터넷 신규 가입자 유치를 위해 벌이는 경품전쟁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40만원 상당의 현금을 지급하는 것은 기본이고, 신규 가입시 최대 12개월까지 무료 혜택을 주는 곳도 있다.
이 정도면 거의 2년치를 무료로 이용하는 것과 같다. 업체간 경쟁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방송통신위원회까지 팔을 걷고 나섰다. 방통위는 조만간 현장조사에 착수, 경품고시위반 행위를 규제하는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KT, SK브로드밴드, 통합LG텔레콤(구 LG파워콤)은 "타사전환, 신규가입시 현금 40만원 즉시 지급", "30만원 현금에 10만원 상당의 상품 지급"이란 내용의 전단지를 무작위로 살포하며 가입자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연말을 기준으로 초고속인터넷 가입자가 1,600만명을 돌파해 시장이 포화가 되자 경품으로 고객을 뺏고 뺏기는 상황이 됐다.
이 같은 출혈경쟁은 지난해 7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경품 한도액을 정해놓은 경품고시를 폐지하면서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고, 여전히 업계는 매출의 30% 이상을 마켓팅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9월 뒤늦게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유치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경품 금액을 15만원으로 제한했지만, 통신사들은 "인터넷전화, 인터넷TV(IPTV) 등 결합상품 가입자를 유치한다"는 명목으로 출혈경쟁을 지속하고 있다.
업체들은 과다경쟁의 주범으로 서로 경쟁 업체를 지목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KT가 너무 공격적으로 마켓팅 비용을 쏟아 붓고 있어 따라가기 힘들다"며 "KT가 경품고시를 위반한 증거 자료를 수집, 16일께 방송통신위원회 신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KT는 "매출액 대비 30% 이상을 마켓팅비용으로 쏟아 붓는 것은 오히려 SK브로드밴드측"이라며 "이제는 출혈 경쟁을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반박했다.
앞서 SK브로드밴드와 통합LG텔레콤(구 LG파워콤)은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과도하게 경품을 제공해 이용자를 차별했다는 이유로 과징금 총 12억5,000만원을 부과 받기도 했다.
과다경쟁의 부작용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방송통신위원회도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통신업체가 가입자 유치를 위해 40만원 이상의 현금 또는 경품을 제공하는 것은 공멸의 지름길"이라며 "현장 모니터링 자료를 토대로 조만간 현장조사에 착수해 부당 행위를 규제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통위는 단속 수위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과잉단속이 오히려 신규 통신 서비스 산업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인터넷전화나 IP TV는 초기시장에 진입하는 단계로, 시장 활성화를 도와야 하는 입장"이라며 "이 둘을 결합상품으로 판매하는 것을 두고 초고속인터넷 경품에만 한정, 단속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임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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