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광장은 역시 뜨거운 감자였다. 10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광화문광장 전문가 토론회’에서 광화문 광장의 정체성과 사용 방안을 놓고 학계, 연구원, 시민단체, 시의원 등 각계 대표들이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워 어느 하나도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 날 토론회의 주된 최대 논란 거리는 광화문 광장의 정치적 집회 허용 여부.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광장 조성 후 6개월 동안 정치적 집회는 물론이고, 용산참사 해결을 요구하는 1인 시위 조차 허용되지 않았다”며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를 가로막는 서울시 조례는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원재 문화연대 사무처장은 “자유로운 소통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사용방식을 지금의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꾸고, 서울시가 주도하는 행사보다 시민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문화행사를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장의 상징성처럼 다양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집회 허용에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김원태 서울시의원은 “조례는 상위법률을 기초로 해 만들어졌으며 집회를 무조건 보장하는 것은 다른 시민들의 자유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시민들이 조용한 분위기에서 산책하며 즐길 수 있는 도심의 여백 같은 공간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혜진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박사는 “서울광장은 휴식ㆍ여가ㆍ문화를 누리는 광장, 청계광장은 생태관광 광장, 광화문광장은 국가 대표광장으로 차별화된 위상과 품격을 유지해야 한다”며 “시민에게 열려 있지만 평화적인 문화행사를 비롯해 조망과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는 행사만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6개월 동안 하루 평균 1.8회에 이를 정도로 과다한 행사에 대한 지적도 쏟아졌다.
강병근 건국대 건축학과 교수는 “서울시는 광장을 반드시 채워야 한다는 편견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관의 역할은 광장이 생명력을 잃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고, 시민은 여기에 영양분을 제공하면 된다”고 말했다.
여 박사는 “영국 트라팔가 광장은 시설물 면적이 전체의 12%에 불과하지만 광화문광장은 31.57%나 된다”며 “다양한 행사가 가능하도록 시설물 설치를 최소화하고 국가 행사 때 차량 통행을 막을 수 있는 ‘보행중심구역제’를 세종로와 사직로 일대에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광장조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광장문화지수’를 개발해 이를 토대로 다시 광화문 광장의 정체성을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관규 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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