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에는 손발 불편한 제게 팔다리 빌려준 친구들이 가야 마땅합니다."
근육이 점점 마비돼 가는 난치 희소병인 진행성 근이양증 장애로 팔다리를 거의 쓰지 못해 모든 일상생활을 남에게 의지해야 하는 중증장애를 딛고 올해 서울대 정시모집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에서 사회대 심리학과에 당당히 합격한 하태우(18ㆍ경남 마산시 용마고)군.
생후 22개월째부터 시작된 하군의 눈물겨운 '병과의 투쟁'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중학교 2학년 때는 후유증으로 척추측만증이 심해져 보철로 척추를 지탱해 주는 대수술을 해야 했고, 지난해부터는 만성호흡부전증까지 더해지면서 몸속 이산화탄소를 빼내기 위해 잠잘 때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야 했다.
고약한 병은 이처럼 하군의 몸을 갈기갈기 찢었지만 그에게서 희망과 웃음을 앗아가진 못했다. 또래 친구들과 서슴없이 어울리며 재잘거리는 하군의 모습에서 장애의 그늘이라곤 찾아 볼 수 없다. 하군의 밝디밝은 모습과 강한 의지는 부모와 친구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어 가능했다. 집에서는 엄마 조정숙(45)씨와 아버지(51), 두 여동생이 4. , , .
태우 4총사 가운데 조재욱 윤창해군은 하군과 같은 초ㆍ중학교를, 이재홍군은 같은 중학교를 다녔다. 구영모군은 고교 3년 동안 같은 반이었다. 대학 진학을 위해 뿔뿔이 흩어져야 할 처지에 놓인 5명이 10일 오후 한국일보 인터뷰를 위해 학교 교실에서 다시 뭉쳤다.
약속 시간보다 먼저 도착해 있던 친구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모두 현관으로 나가더니 구군은 하군을 업고, 조군은 휠체어를 들고 교실로 들어왔다. 잘 정비된 한 쌍의 톱니바퀴 같은 환상적 조화였다.
"거리낌 없이 손발이 돼 준 태우 주변 친구들을 보면서 정말 편안한 마음으로 평생을 함께할 수 있는 진정한 친구의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하군의 3학년 담임인 유영현(39) 교사의 4총사 예찬이 빈말로 들리지 않았다.
'태우는 너희들에게 어떤 친구냐'는 질문에 친구들은 "분위기 재미없다 싶으면 유머로 업시키고, 힘들 때 조언을 구하면 훌륭한 심리상담사도 돼 주고…. 정말 보석 같은 친구에요"라고 하군을 한껏 띄웠다.
바통을 받은 하군은 혀를 내밀며 익살스런 표정으로 친구들을 한바탕 웃긴 뒤 주저 없이"말장난도 재미있게 받아 주고 모든 걸 희생하는 정말 좋은 친구들"이라고 화답했다.
함께한 시간이 길었던 만큼 에피소드도 많았다. 고교 2학년 때는 4총사와 함께 보충수업을 빼먹고 학교 근처 PC방에 갔다 교사에게 발각돼 혼쭐이 나기도 했다.
1시간 남짓 이어진 이들의 수다는 자주 보진 못하고, 손가락 거는 별도의 언약식도 없지만 평생 친구로 남겠다는'경상도 사나이'의 의리로 들렸다.
심리학과 교수가 꿈이라는 하군은"부모님과 친구들의 헌신적인 희생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결코 쓰러지지 않고 장애를 이겨 내야죠"라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마산= 이동렬 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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