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해 말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통보한 2009년도 식량생산량은 501만톤. '150일 전투' 기간에 내걸었던 목표 600만톤 고지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예년에 비해 상당히 높은 생산량이다. 그러나 우리정부가 농진청 등 관계 부처의 추계를 종합해 산출한 생산량은 411만톤으로, 2008년 추산 생산량(431만톤)에 못 미친다. 여기에 화폐개혁 후유증까지 겹쳐 올해 북한주민들의 배고픔은 더 심해질 게 분명하다. 북한 무역성이 각급 무역회사에 무조건 식량을 수입하라고 독려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식량난 완화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심스럽다.
▦ 북한의 만성적 식량난 원인은 여러 가지지만 산림 파괴에 따른 상습적인 수해도 주요한 요인이다. 대대적인 다락밭 개간, 장기간에 걸친 취사ㆍ난방용 땔감 채취, 외화벌이용 남벌 등으로 북한의 산림 황폐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박종화 교수는 북한에 시급히 나무를 심어야 할 민둥산 면적이 서울시(605㎢)의 23배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지구관측위성 정보를 분석한 결과다. 북한의 대표적 원림지대인 개마고원과 백무고원 일대의 잎갈나무림까지 대규모 농경지로 개간된 사실도 확인됐다.
▦ 당장 북한주민들의 배고픔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식량 지원과 식량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비료 지원이 급하다. 그러나 중ㆍ장기적으로는 상습적인 수해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최근 북한의 산림녹화 지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현인택 통일부장관은 9일 열린 '북한산림 녹화를 위한 남북협력방안' 심포지엄에 참석, "남북대화가 본격화하면 북한 산림녹화를 우선적 교류사업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해 11월 북한의 산림조성 지원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 지난해 출범한 사회통합위원회는 이념대립 해소와 사회통합 차원에서 북한 지역에 나무심기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보수와 진보를 망라해 북한 지역 나무심기 운동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사회통합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꽤 오래 전부터 북한 나무심기 운동을 해온 개인이나 민간단체들도 적지 않다. 최경주 선수가 자신이 설립한 '최경주 재단'을 통해 지난해 북한에 나무를 심었고, 유한킴벌리는 금강산 등지에서 '신혼부부 나무심기 행사'를 벌여왔다. 민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북한 나무심기 운동이 남북관계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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