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문화진흥회의 MBC 임원후보 선임 문제로 엄기영 사장이 사퇴함에 따라 MBC가 또다시 격랑에 휘말려 들었다. 엄 사장은 지난 연말 기존 임원진이 사퇴한 이후 방문진 측과 의견을 조율해오다 최근 방문진이 후임 임원진을 사실상 일방 결정한 데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는 사장이 추천한 인사를 방문진이 추인하는 게 관행이었다는 것이다. 방문진은 곧 후임사장 후보 인선에 나서겠다고 밝혔으나 MBC노조 측은 이에 맞서 총파업을 예고, 앞으로 전개될 사태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방송과 관련한 문제는 대립하는 주체들이 언제나 언론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사실은 고질적인 보수ㆍ진보진영 간의 이념싸움이 바탕에 깔려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바로 그 때문에 우리는 이번 MBC 사태에 대해서도 어느 한 편의 입장이 더 옳다고 치켜줄 생각이 없다. 언론의 본질에서 일탈해 있기는 양쪽 모두 별 차이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선 방문진이나 정부ㆍ여당이 어떻게 설명하든 현 정권 들어 KBS, YTN 사태 등에서 나타난 일련의 상황은 누가 봐도 흐름이 분명하다. 방송의 이념적 코드를 보수, 다르게 표현하면 현 정권에 유리한 쪽으로 틀기 위한 시도가 그것이다. 편향적 방송의 개선 필요성을 인정한다 해도 매번 방송사 인사마다 권력의 적극적인 개입이 두드러져 보이는 것은 분명 어설프고 위험한 일이다. 공정성을 확립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편향방송을 우려하게 만드는 상황을 빚을 수 있다.
MBC 구성원, 특히 노조측도 번번이 분규국면을 조성하기에 앞서 과연 그 동안 공영방송의 틀에 걸맞은 공정성과 책임감을 보였는가에 대해 스스로 냉정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언론의 기본에 대한 성찰이나 자정노력 없이 언론자유ㆍ공영방송 수호를 입에 올리는 것은 민망하고 설득력 없는 자가당착이다. 일부 진영이 아닌, 진정 대다수 일반 국민이 지켜줄 가치가 있는 공영방송을 만드는 일은 전적으로 MBC 구성원들의 몫이다. 그 기대와는 한참 떨어져 있는 현실부터 냉정하게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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