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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추억의 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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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추억의 혀

입력
2010.02.1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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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철이 끝나간다. 해장 삼아 대구탕을 시켰는데 주당들의 표정이 시큰둥하다. 어머니는 동지 지나면 대구 맛이 떨어진다고 했다. 날은 입춘 지나 우수로 가고 있으니 대구도 맛을 잃어가나 보다. 대구 하면 '가덕 대구'였다. 60~70년대 가덕도 인근에서 잡히는 대구가 최고의 맛을 자랑했다. 술 좋아하시던 할아버지 덕분에 나는 어릴 때부터 가덕 대구의 맛을 배웠다.

할아버지 취하신 다음날 우리 집 부엌에선 어김없이 대구탕 끓는 냄새가 났다. 대구가 풍년이던 해에 어머니 대구를 마당 한가득 빨래처럼 말리기도 했었다. 생대구의 배를 갈라 내장과 아가미, 알로는 젓갈을 담고 한겨울 칼바람에 꾸들꾸들하게 말려 쪄서 먹거나 흰 살을 쭉쭉 찢어 고추장에 찍어 먹었다. 그 많던 대구가 80년대 후반부터 씨가 말라 버렸다. 그 후 90년대 초반까지 가덕 대구는 이름만 전하는 귀하디귀한 바닷고기였다.

어쩌다 가덕 대구가 잡히면 서슬 퍼런 군인 출신 대통령 밥상에만 오른다고 했다. 이제 그런 시절도 가고 인공수정란 방류사업 덕으로 한 해에 30여만 마리씩 잡히는 서민의 대구로 돌아왔다. 요리방법도 다양해져 회로도 먹고 샤부샤부로도 먹는다. 값이 쌀 때 몇 마리 사 옛날처럼 말려볼까 싶다. 그 사이 가덕도는 육지와 연육이 되었고 변하는 세상 따라 내 입맛도 변해 버렸지만, 때론 음식이 아닌 추억을 먹고 싶을 때가 있다.

시인 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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