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팀 수장 격인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이 취임한 지 9일로 꼭 1년을 맞았다.
경제위기의 큰 고비를 넘겼고, 더구나 주요국 가운데 가장 빠른 경제 회복세를 보인 만큼 그의 1년에 대한 전문가 평가는 확실히 긍정적이다.
하지만 앞으로 가야 할 길은 결코 만만치 않아 보인다. 원래 위기는 탈출 자체보다 탈출 이후 수습이 더 어려운 법. 오히려 윤 장관은 이제 본격적인 시험대에 섰다는 평가다. 경제 전문가들이 말하는 '윤증현 호(號) 1년'의 공과와 향후 과제를 짚어봤다.
잘한 점
윤 장관의 가장 큰 공은 시장으로부터의 신뢰 회복. 플러스와 흑자로 장식한 경제지표만 봐도, 그는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둔 게 사실이다.
사실 ▦환란을 비롯해 숱한 위기상황을 현장에서 체험한 데다 ▦정책 추진과 처신에서 강약 조절이 가능하고 ▦조직과 경제팀을 끌고 가는 특유의 '맏형 기질'까지 갖추고 있어, '위기극복 리더'로는 비교적 적임이었다는 평가다.
김광두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말 실수로 시장을 교란하는 것 없이 안정적으로 경제팀을 이끌었다"고 했고,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환시장 개입을 줄이는 등 여러 부분에서 시장에 맡기려고 한 것을 높이 살만하다"고 말했다.
아쉬운 점
하지만 지난 1년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이 집중적으로 지적한 것은 비전 및 아젠다 제시가 미흡했다는 점. 당장의 위기를 돌파하는 데 급급한 나머지 위기 이후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거나 아젠다를 내놓지 못했다는 평가다.
윤석헌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교수는 "물론 발등의 불을 끄는 것도 힘들었겠지만 중장기적 비전 제시를 못한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상빈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제 수장으로서 리더십이 다소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고 했는데, 이와 관련해 현 정부의 경제정책결정 및 추진이 지나치게 '청와대'에 집중되는 바람에 윤 장관의 입지가 너무 비좁다는 지적이 많다. 강석훈 교수는 "요즘 경제 아젠다는 청와대 아젠다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민감한 현안들을 무작정 뒤로 미뤄둔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청와대에서 제동을 걸린 했지만 영리의료법인 문제나, 한국은행법 개정을 포함한 금융감독체계 개편 등이 대표적인 예다.
김광두 교수는 "기업 구조조정이나 우리 경제 체질 개선의 호기를 놓쳤다"며 "앞으로 두고두고 남을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야 할 점
국내외 경제환경을 놓고 보면, 취임 1주년을 맞는 지금이 윤 장관에겐 가장 어려운 시기다. 밖으로는 G2(미국ㆍ중국) 리스크에 더해 유럽발 재정위기가 확산되고 있고, 안으로도 경제회복 동력이 점차 식어가고 물가 상승 압력이 현실화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윤증현 경제팀의 능력을 제대로 보여줘야 할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윤 장관으로선 올해 '일자리 창출'에 베팅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고용창출에 '올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실제 경기흐름 상으로도 일자리 문제가 풀려야 진짜 경기회생을 얘기할 수 있는 만큼, 이 부분에서 가시적 성과를 거둬야 한다.
물론 단기간 내 성과를 내기 어려운 게 고용해결이지만, 어쨌든 앞으로는 '위기극복 경제수장'에서 '고용창출 경제수장'으로 좌표를 바꿔야 한다는 평가다.
김대식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고용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나라 경제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고 했고, 김광두 교수는"어떻게 윗목까지 따뜻하게 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 제시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적 화두가 되고 있는 재정 적자 문제도 해결해야 될 과제다. 강석훈 교수는 "기획재정부장관은 경제도 경제지만 재정 문제도 책임져야 하는 최후의 보루"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서비스산업 육성(이상빈 교수), 금융감독체계 정비(윤석헌 교수), 기업 구조조정(강석훈 교수) 등도 향후 윤증현 경제팀이 풀어야 할 1순위 과제로 지목됐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사진=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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