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공부하겠다고 학원 다니는 걸 규제하는 나라는 지구상에 한국 밖에 없을 겁니다."
문상주 한국학원총연합회 회장은 9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교육비 절감 대책의 취지는 십분 이해하고 동참할 의향도 있지만, 학원 교습 시간 규제는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나쁜 시책'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서울에 이어 전국의 다른 지역도 밤 10시까지만 학원 문을 열도록 조례를 개정토록 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문 회장은 "중산층이나 서민층들이 주로 이용하는 학원의 운영 시간을 묶어놓으면 사교육비가 줄어들거라는 발상은 지극히 순진하다"며 "사교육비가 늘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부터 따져 대책을 세우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와 소위 명문대 진학 열기가 계속되는 한 사교육은 경감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문 회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 사교육과의 전쟁을 선언했지만 가계의 사교육비 지출은 오히려 더 늘어난 부분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8만 여개의 학원 때려잡기에 골몰한 결과 치고는 '실패작'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노무현 정부때도 학원 운영을 규제하는 데에만 사교육비 절감의 초점을 맞췄지요. 끝은 어땠나요. 사교육비가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이명박 정부도 똑 같은 전철을 밟고 있어요. 답답한 노릇이지요. 문 회장은 최근 중산층까지 빚을 내 덤벼드는 고액 개인 과외와 불ㆍ탈법 운영 학원들을 집중 단속하는 데 정부의 역량이 모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밤 10시 학원 운영 시간 규제 이후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고액 개인 과외가 급속히 번지고 있고, 단속을 피해 토ㆍ일요일에 문을 여는 대형 학원들이 급증하고 있는 현실을 정부가 외면해선 사교육비 절감은 요원하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문 회장은 정부의 사교육 대책을 보면 화가 치밀지만 자신이 운영하는 학원에서 위안을 삼는다고 했다. 요즘 대입 학원가의 화제가 문 회장의 분신과도 같은 비타에듀에 쏠려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만 4곳이 있는 비타에듀 출신 학생 중 무려 393명이 올해 대입 수시모집과 정시모집에서 서울대에 합격했다. 그는"학생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 일종의 '교육 기(氣) 체조'를 시켰고, 성적이 오를때마다 장학금을 준 게 효과를 본 것 같다"고 귀띔했다.
문 회장은 매일 오전 4개 직영 비타에듀학원을 일일이 도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고 했다. 학생들의 애로 사항을 직접 듣는 것은 물론이고 근성을 길러주기 위해 기 체조를 진행하고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해내고 말 것이다'등의 자기 암시를 수 번 반복하도록 합니다. 논리는 단순합니다. 공부는 습관만 되면 얼마든지 성적 향상을 가져올 수 있으니까요."
문 회장은 향후 학원에 대한 정부 역할이 보다 분명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격 검증이 안된 일반인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학원을 개원하는 사례가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늘고 있다는 우려에서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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