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김주원, 이동훈, 장운규 등 국립발레단 간판 무용수들의 부상이 잦다. 정기공연 '신데렐라'와 '차이코프스키'에서 대체 캐스팅이 이어지면서, 모르고 현장을 찾은 관객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수석무용수 김주원씨는 지난달 16일 뮤지컬 '컨택트'에 출연했다 허벅지 근막 파열로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재활 중이다. 그는 "지난해 국립발레단 공연 및 초청공연 등으로 지친 상태에서 근육이 특히 약해지는 겨울철에 부상을 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왕자 같은 외모로 고정 팬을 거느린 그랑 솔리스트 이동훈씨도 종아리의 스트레스성 골절로 '차이코프스키' 무대에 서지 못했다. 지난 연말 신종플루에 걸려 복용한 타미플루가 근육을 무력하게 만든 탓이었다. 10여년 간 크고작은 부상에 시달려온 수석무용수 장운규씨는 종아리 근육 파열에도 불구하고 무대에 서는 바람에 건강이 악화됐다. 그는 지난 연말 '백조의 호수'부터 전면 출연하지 않고 있다.
또 7일까지 '차이코프스키'에서 주역을 맡았던 수석무용수 김현웅씨도 무릎 인대 이상으로 검사를 앞두고 있으며, 유니버설발레단의 유망주인 김채리씨도 발목 부상으로 3월 '백조의 호수' 공연에 서지 못하게 됐다.
중력을 거스르는 발레 무용수에게 부상은 흔한 일이다. 건초염(힘줄을 싸고 있는 막에 생기는 염증), 무지외반증(엄지발가락이 바깥쪽으로 굴곡된 상태), 목디스크는 발레 무용수 열 중 아홉이 호소하는 증상. 나이나 증상의 정도에 따라 심하면 무대를 떠나야 하는 경우도 있다. "유명한 무용수의 출연이 무산되니 티켓도 덜 나가는 것이 사실"이라는 국립발레단 한 관계자의 말처럼 현실적인 측면에서도 부상은 없을수록 좋다.
그렇다 해도 최근 이들의 부상 소식이 더 자주 들리는 듯한 이유는 무엇일까. 국립발레단은 지난해 정기공연과 함께 전체 공연 횟수가 늘어나면서 무용수들이 그만큼 위험에 많이 노출된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신종플루라는 불청객이 이동훈, 김리회씨 등 4명의 감염자를 낳아 간담을 서늘케 했다. 올해는 정기공연이 2회 더 늘어나 무용수들도 초긴장 상태다.
국립발레단은 대책으로 지난해부터 2명의 상주 스포츠트레이너를 두고 있다. 그러나 80여명에 달하는 단원의 응급처치만 담당하는 것도 버거운 수준. 올해는 전 단원에게 실손보험을 들어준다는 계획이지만, 이 또한 사후약방문일 뿐이다.
최태지 국립발레단 단장은 "세계 유수 발레단에 비해 공연이 많은 것이 아닌데도, 기초교육의 부실이 잦은 부상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특히 발레리노는 늦게 무용을 시작해서 일찍 데뷔하는 경우가 많아 기본기보다는 테크닉에 의존하게 된다. 최 단장은 "외국의 경우 수영, 음악, 연기 등 발레 기초 교육이 충실한 반면 우리는 연습실에서 긴 시간을 보내는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며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발레를 배우는 발레학교 도입이 부상을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주원씨는 3월 5, 6일 서울 열린극장 창동에서 공연되는 '신데렐라' 무대에 설 예정이다. 이동훈, 장운규씨는 이르면 4월 '코펠리아'나 7월 '트리플빌'에서 만날 수 있으며, 유니버설발레단 김채리씨는 5월 '심청'으로 컴백한다.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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