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이 프로 출범 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탈락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2009~10시즌 NH농협 V리그 남자부 일정 67%를 소화한 9일 현재 현대캐피탈이 손에 쥔 성적표는 삼성화재와 대한항공에 이어 3위(17승7패)다. 4위 LIG손해보험에 불과 1게임 차로 쫓기고 있다. 3위까지 주어지는 플레이오프행 티켓마저 장담할 처지가 아닌 것이다. 실제 4라운드 막판 4위까지 추락하는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최근 라이벌끼리 겨룬 경기내용도 좋지 않았다. 지난달 17일 삼성화재전에서 시종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1-3으로 주저앉았고 24일엔 대한항공에 치욕적인 0-3패를 당했다. 30일 LIG손해보험전에선 박철우가 한 경기 50득점을 올리는 신기록을 세우며 3-2로 가까스로 역전승했으나 미더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화끈한 공격배구를 지향하는 현대캐피탈의 이 같은 추락은 수비난조로 인한 조직력 붕괴와 용병 농사 실패를 꼽을 수 있다.
현대캐피탈은 원래 수비가 좋은 팀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엔 그 정도가 좀 심하다. 상대 서브를 받아내는 리시브는 7개팀 중 5위에 그쳤고 디그(상대 공격을 막아내는 것)와 수비는 아예 꼴찌를 헤매고 있다. 개인 성적으로 봐도 송인석이 리시브 6위에 오른 것이 최고다. 박철우의 공격력과 윤봉우, 하경민의 블로킹이 먹혀 들어 3위에 턱걸이 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캐피탈은 대한항공에 이어 득점(2,089점)부문 2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박철우는 삼성화재 가빈에 이어 득점과 공격부문 2위에 올라있고 윤봉우가 블로킹 2위에 자리했다. 윤봉우는 속공에서도 하경민과 함께 2,3위에 랭크됐다.
용병 농사는 역대 최악으로 평가 받고 있다. 레프트를 맡고 있는 존 앤더슨은 공격종합 7위, 퀵오픈 7위, 오픈공격 5위를 마크, 센터를 맡고 있는 조엘(KEPCO45)을 제외하곤 용병 공격수중 최하위다. 이에 따라 김호철 감독도 "앤더슨의 파괴력이 떨어져 교체를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용병 2명을 대상으로 막판 저울질에 들어간 현대캐피탈은 이르면 15일 대한항공과의 경기에 투입할 예정이다.
열흘간의 달콤한 휴식을 끝내고 13일부터 시작되는 5라운드. 용병 교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든 현대캐피탈이 원년 챔피언의 위용을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형철 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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