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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아들, 잉카'전 베스트 오브 베스트] <3>모체 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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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아들, 잉카'전 베스트 오브 베스트] <3>모체 토기

입력
2010.02.1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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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안데스 고대문명의 신화와 관련해 하늘과 지상과 땅 속의 동물을 형상화한 신이 인간과 합쳐져 초자연적 존재로 표현되는 모습을 소개했다. 기원 전후 이러한 신화는 더욱 발전돼 보다 현실적인 대상으로 표현됐다. 그리고 때를 같이하여 안데스 산맥의 각 지역에서 국가의 단계로 이행하는 문명들이 발흥했다. 대표적인 문명이 페루 북부 해안과 평원에서 기원후 100~700년경 맹위를 떨쳤던 모체(Moche) 문명이다.

모체 문화에서는 문양이 있는 토기와 사물을 본떠 만든 토기가 특히 많이 발견된다. 토기에 표현된 동물은 퓨마, 재규어, 여우, 매, 부엉이, 펠리컨, 악어새, 이구아나, 도마뱀, 바다표범, 사슴, 펭귄, 박쥐, 가재, 두꺼비, 달팽이, 가오리 등이다. 강낭콩, 제비콩, 옥수수, 땅콩, 감자 등 식물을 묘사한 것도 있는데 안데스의 모든 산물을 모아 놓은 듯하다. 그리고 경기, 춤, 사냥, 격투, 뗏목낚시, 과일 채집, 봉헌, 희생물, 체벌, 매장, 성교와 같은 다양한 활동과 의식도 다루고 있다. 특히 모체 토기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전쟁포로를 신에게 바쳤던 인신공양의 의식이 담긴 토기다.

페루의 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이러한 모체 상형토기는 수만 점에 달한다. 이들은 대부분 의례를 위하여 만들어졌으며, 전문 도공이 틀을 만들고 대량으로 찍어내 유통시켰다. 이는 지배세력을 정당화하기 위한 교본으로, 토기에 그 지침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들 상형토기는 문자와 기록이 없었던 모체의 삶을 이해하는 데 직접적인 영감을 준다. 우리나라의 신라 토우에서 보이는 세속적인 모습보다도 더욱더 현실감 있고 해학적이다. 역사 기록에 못지않은 불멸의 유산이라 할 수 있다.

최흥선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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