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對) 대만 무기판매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달라이라마 접견 계획으로 고조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환율ㆍ무역 문제를 둘러싼 충돌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양국간 마찰은 미측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중국은 이에 맞서 미국의 국채 매각에 나설 것임을 위협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이 같은 논쟁은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의 자매지 환초우시바오(環球時報)가 9일 양국 경제수장인 티머시미 가이트너(사진ㆍ왼쪽) 미 재무장관과 왕치산(王岐山ㆍ오른쪽) 중국 부총리가 벌인 전화를 통한 격렬한 설전을 보도함으로써 드러났다. 환초우시바오의 보도는 미 워싱턴의 정치ㆍ경제 전문 정보지 '닐슨 리서치'6일자 보고서를 인용했다.
환초우시바오가 전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이트너 장관은 5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왕 부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중국의 위안화 절상을 강력히 요구하며 "중국이 3월말까지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미 재무부는 4월 의회에 제출할 환율보고서에 공식적으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 2차례에 걸쳐 환율보고서를 발표한다. 미측은 중국의 환율 정책을 강력 비판해왔지만 공식적으로 보고서에서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적은 아직 없다.
이 같은 미국의 경고에 분노한 중국 왕 부총리는 "만약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경우 중국은 현재 보유한 미국 국채를 내다 팔 것이고 미국의 대 중국 수출에 대한 강력한 응징에 나설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미국의 최대 채권국인 중국이 보유중인 8,000억 달러 규모의 미 국채를 덤핑으로 팔아, 달러 가치 하락을 유발함으로써 미국을 한 순간에 혼란으로 몰아 넣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었다.
'닐슨리서치'에 따르면 당초 가이트너 장관은 중국 베이징(北京)을 직접 방문, 중국 정부 설득에 나서려 했으나 베이징의 분위기가 냉담해 방문일정을 취소했다. 이 보고서는 특히 중미간 금융ㆍ무역 충돌이 4월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으로 이어질 경우 유럽 발 위기로 혼미한 세계경제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치고 양국은 서로 상처만을 입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이징=장학만 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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