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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 100만弗 털어 한국戰 다큐 제작' 밥 베이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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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 100만弗 털어 한국戰 다큐 제작' 밥 베이커씨

입력
2010.02.1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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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용사들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전장에서 살아남은 자로서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전쟁 중 격전이 벌어졌던 철의 삼각지대의 김화지구 전투가 미국 참전용사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진다.

9일 대한민국재향군인회 등에 따르면 미 영화사 DINI필름은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을 맞아 6월 상영을 목표로 김화지구 전투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 중이다. 사재 100만달러를 내놓고 영화 제작자로 나선 밥 베이커(78ㆍ사진)씨는 당시 전투에 참전했었다.

김화지구 전투가 벌어진 것은 1953년 6월이었다. 전쟁 막바지였지만 양측은 휴전을 앞두고 유리한 입장에 서기 위해 치열한 공방전을 계속했다. 이 지역은 강원 김화, 철원, 평강을 잇는 격전지 철의 삼각지대의 한 축이기도 했다.

21세였던 베이커 상병은 미 보병3사단 15연대 K중대 소속으로 200여명의 장병들과 함께 김화지구의 요충지인 해리 전초기지(Outpost Harry)를 지켰다.

미군은 이들에게 어떤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이 곳을 사수할 것을 명령했다. 중공군의 공격으로 6월 10일부터 18일까지 백병전을 포함한 처절한 전투가 이어졌다. 양측 모두 수 많은 사상자를 낸 끝에 미군은 이 곳을 사수했다.

참호에 누워 잠시 휴식을 취하다 보면 "오늘이 생의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공포가 밀려드는 나날이었다. 다른 이들처럼 그도 신을 찾았다. "오늘밤을 무사히 넘기게 해주신다면 가족을 이루고 자식들을 독실한 신자로 키우고, 훌륭한 삶을 살겠습니다." 그는 결국 살아남았다. 이후 고향으로 돌아와 약속처럼 자동차 사업가로 성공적인 삶을 살았지만 점차 한국전쟁은 잊혀진 전쟁이 되어갔다.

그러다 몇 해 전 손녀에게서 참전 경험에 대한 질문을 받고서 옛 기억이 되살아났다. 이후 당시 전투를 함께 치른 전우들을 만나면서 그는 잊혀진 용사, 잊혀진 전쟁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결심했다. 신과의 약속 목록에 영화 제작은 없었지만 그는 이것이 전장에서 숨져 간, 혹은 전쟁의 상흔을 안고 살아 온 이들을 위해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여겼다.

2008년 제작을 시작한 이 영화에는 40여명의 미 한국전 참전군인, 그리스와 중공군 참전군인이 인터뷰 형식으로 출연하고, 한국에서도 백선엽 장군과 황진하 한나라당 의원 등의 인터뷰가 실린다.

미군 부대에 배속돼 함께 전투를 치른 한국군 카투사 이점희(84), 석장복(78)씨도 출연한다. 메가폰을 잡은 글렌 스미스 감독은 지난달 방한해 격전지를 둘러보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제작사측은 6월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참전 12개국에서 극장과 공중파 TV 등을 통해 영화를 개봉한 뒤 모두 30개국에서 영화를 선보일 계획이다. 제목은 (기필코 사수하라: 해리 전초기지 전투)이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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