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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자율화 대학 선진화 2년을 말한다] <4> 이종욱 서강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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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자율화 대학 선진화 2년을 말한다] <4> 이종욱 서강대 총장

입력
2010.02.1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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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욱 서강대 총장은 커리어 만을 놓고 보면 '비주류' 총장임에 틀림없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주요 대학 총장들이 공학 계열이나 의학계열, 아니면 경영 계열 교수 출신인데 반해 이 총장은 사학과 교수다.

신라사(史) 연구의 '대가'로 학계에 잘 알려진 정통파 역사학자다. 경영학과 등 이른바 실용계열 전공 교수들을 제치고 지난해 6월 재단에 낙점돼 총장 자리에 오른 그는 21세기형 사고를 견지하고 있었다.

시대 조류에 맞는 대학 개혁의 마인드가 확고했다. 그러면서도 '중도'의 중요성도 떠올렸다. 캠퍼스 여기저기서 실용(實用)이 판치는 세태지만, 기초학문과 실용학문과의 조화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 총장은 "대입 3불(不)이 존재하는 한 대입 자율화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경쟁력 강화 및 특성화만이 대학이 선진화 하는 지름길"이라고도 했다. 그는 "서강대의 제2 창학을 위해, 대학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총장이 됐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 인터뷰=김진각 정책사회부 부장대우

-교수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기본적으로 교수는 연구와 강의, 저술 활동이 주된 역할이지요. 어느 하나 빼놓기 힘들 만큼 중요해요. 그 중에서 연구력을 증진 시키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어요.

2년에 서너 편 정도의 논문을 쓰지 않으면 별도 교육을 받거나, 연구년을 갈 수 없게 하는 식의 조치가 이뤄질 겁니다. 물론 테뉴어(정년보장) 교수에게만 해당됩니다.

사실 지금도 테뉴어 교수 중 60% 가량은 2년에 서너 편 이상의 논문을 쓰거나 국제 유명 저널에 논문을 발표하고 있어요. 그렇지 않은 나머지 30~40% 정도의 교수들이 좀 더 분발해야 한다는 뜻이지요."

-연구에 주력하면 아무래도 강의가 소홀해지지 않을까요.

"그렇진 않아요. 예전엔 교수당 한 학기에 평균 6과목의 강의를 했었지만 올해부터는 4과목만 강의하면 돼요. 강의부담이 줄어든 만큼 연구논문 작성에 집중할 수 있을 겁니다."

<이 총장은 이런 내용의 교수 연구력 강화 방안을 이사회 승인을 거쳐 곧 시행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그는 서강대 교수들을 꽤 신뢰하는 눈치였다. '이미 최고 수준의 연구를 한다', '공부하지 말라고 해도 공부해 연구 및 저술에 매진하고 있다'는 등의 설명을 부연했다.>

-올해 입시에서 서강대와 궁합이 잘 맞는 학생들을 뽑았나요.

"서강대는 예전부터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전형에 관심을 둬 왔어요. 입학사정관제 등을 활용해 학교 설립 취지에 맞는 학생들을 선발하다보면 사실 성적은 다소 뒤떨어지는 측면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부분은 감수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꾸준히 건학이념에 맞는 학생을 선발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전형을 할 작정이에요.

사실 서강대의 경우 입학사정관제 도입 전에도 편입 전형 등에서 면접을 십분 활용했고, 외국어 특기자를 별도로 뽑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선발해 왔어요. 입학사정관제 도입 이후엔 제도를 잘 활용해 다양한 학생들을 선발할 계획입니다."

-입학사정관제의 공정성과 신뢰성은 여전히 논란입니다.

"2010학년도 입시에서 공정하고 신뢰성 높은 평가 시스템을 구축했어요. 3단계 블라인드 방식으로 평가했어요. 우리나라 대학 중 처음입니다. 1단계는 서류 클리닝 과정이지요. 제출된 서류의 지원자 및 추천인 인적사항을 아예 삭제했어요.

출신 고교 이름과 사진, 집 주소,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등을 쏙 빼버린 것이지요. 고교등급제 논란을 불식시켰다고 봐요. 2단계에서는 서류관리와 서류평가를 이원화 했어요.

서류관리 담당 입학사정관은 면접평가 등에는 참여할 수 없도록 한 것입니다. 3단계는 별도의 관리번호를 부여해 전형을 진행했어요. 당연히 공정성 시비가 말끔히 해소됐지요."

-입학사정관 블라인드 시스템이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나요.

"물론입니다. 척추분리증을 앓고 있는 학생이 합격한 사실만 보더라도 입학사정관의 공정성 및 신뢰성이 입증됐다는 판단이에요. 다만 블라인드 방식의 입학사정관제로 합격한 학생들이 일반 학생들보다는 성적이 다소 낮은 것으로 나타났어요.

그렇지만 성적만 보면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10~20% 정도의 학생은 학업 이외의 요소에서 가산점을 받아 순위가 바뀌었기 때문이지요. 무엇보다 이런 학생들이 끼가 있고 특성을 갖추고 있어 리더로 성장할 수 있다는 부분이지요.""

<서강대는 올해 입시에서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몇가지 시도를 했는데, 호응이 대단했다.이 총장은 "해외봉사 활동은 일절 인센티브를 주지 않았고, 사설 단체 수상 경력도 인정하지 않았으며, 영어 시험도 일정 점수 이상이면 모두 동점 처리했다"고 말했다. 사회봉사 역시 20시간 동점처리해 사정했다.>

-입학사정관제를 확대할 계획인가요.

"올해엔 190명 정도를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했어요. 2011학년도에는 290명을 선발할 예정입니다. 전체 정원이 1,647명임을 감안하면 아직 큰 비율은 아니지요.

사실 입학사정관제에 대해 사회가 우려하는 바도 많고 신뢰성 및 공정성 등을 담보하는 숙제도 남아있어요.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입학사정관제를 확대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것보다는 잘 정착시키는 것과 내실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신뢰성과 공정성을 확보해 모범적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는 게 관건이라는 생각이에요. 단순히 정부지원을 많이 받기 위해 입학사정관제 비율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대학이 필요로 하는, 대학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 인재를 뽑는데 대학들이 더 많은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지요. 결국 중요한 것은 대학에 맞는 학생을 뽑는 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대입 3불(고교등급제ㆍ본고사ㆍ기여입학제 금지)이 입시 자율화를 가로 막고 있다고 보나요.

"지금은 대입 자율화가 되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대입 자율화란)3불 정책이 폐지됐을때 얘기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간단한 문제가 아니지요. 사회적 용인이 필요해요. 시간이 지나면 결국 3불도 없어지지 않겠어요.

따지고보면 3불 정책은 대학 입장에선 문제가 있어요. 고교등급제를 불허하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현실적으로 고교별로 수학능력 등에 차이가 있는 것 사실 입니다.

기여입학제도 수 대에 걸쳐 대학 발전에 기여한 이들의 자손에게 가산점을 주는 정도는 허용돼야 한다고 봐요. 또 대학마다 원하는 인재상이 다른데 획일적인 입시제도 안에서는 설립목적에 맞는 학생을 뽑을 수 없어요. 본고사가 있어야 대학 설립목적에 맞는 학생을 뽑을 수 있어요."

-3불이 필요한 측면도 있지 않나요.

"서강대를 최고 수준의 대학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3불 정책이 걸림돌이 되는 부분도 있어요. 물론 대학마다 3불이 유리할 수도, 불리할 수도 있겠지만 대학 간 선의의 경쟁을 위해선 3불이 폐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에요.

이건 장기적으로 폐지돼야 한다는 얘기지요. 단시일내 폐지를 위해선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이 답변과 관련," 입시규제 때문에 학생들의 수준이 예전보다 떨어진다는 뜻이냐"고 물었더니 "3불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규모가 크지 않은 서강대가 특성화에 가장 적합한 여건을 갖췄다고 평가하는 시각이 많습니다.

"대학의 현안은 어떻게 보면 입학 정책이 아니라는 판단이에요. 대학 자체가 얼마나 진화할 수 있느냐, 이런 부분이지요. 입학 정책 때문에 우수한 학생을 뽑지 못하는 것은 아니에요. 서강대는 앞으로 10~20년 사이에 특별한 대학으로 진화할 겁니다. 우수한 학생이 서강대로 모조리 몰려들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지요. 21세기에 맞는 대학으로의 도약입니다."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요.

"'미래형 21세기 대학'으로 진화시키겠다는 겁니다. 우선 전인교육을 강화해 다면적인 사고를 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입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전인교육을 크게 강조하고 있어요.

또 연구논문을 강화하고, 산학체제를 구축하며, 학교기업을 만들어 2,3년 후에 상장하는 생각까지 갖고 있어요. 서강대가 기업을 만들어 제품을 생산하고 수익을 내면 재정의 많은 부분에서 보완 역할을 할 겁니다. 외국인 전임교수도 50명 정도 늘릴 계획을 갖고 있어요."

-새로운 전공을 설치한다면서요.

"2011년 3월부터는 새로운 학과가 개설될 수 있을 겁니다. 국제한국학부를 만들어 한국 관련 전공을 신설하고 영재학부에서는 3년간 학부를 마치고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시킨 후 다시 돌아와 석ㆍ박사 학위를 주는 제도도 운영할 방안을 갖고 있어요.

지난해 10월 세계적인 연구소를 설립했어요. '한국인공광합성연구센터' 입니다. 미래는 환경, 에너지가 중요하다. 이곳에선 환경과 에너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게 됩니다.

이산화탄소를 메탄올과 산소로 만들어냅니다. 미국 유수 연구소와 대등한 자격에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어요. 세계적인 연구소를 갖게됨으로써 곧 외국의 우수 학생들이 몰려들 겁니다.

-여러 대학들이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해법은 무엇일까요.

"서강대의 경우 등록금 의존율이 60%로 다른 대학에 비해 낮은 편이지요.재정적인 어려움도 그다지 없는 상황이지만 앞으로 대비求?게 필요하는 생각이에요. 당장 15만평 규모의 제2캠퍼스를 서울 인근에 만들 구상을 하고 있어.

이게 현실화되면 새로운 전공이나 연구소 등은 모두 제2캠퍼스로 가게 될 겁니다. 학교 기업을 통한 재정확충과 정부 등 외부 연구비 지원을 많이 받는 게 재정 문제 해결의 관건이라고 봐요. 지난 한해동안 512억원의 연구비를 받았어요. 앞으로 3~4년 내에 연 1,000억원 이상의 연구비를 지원받는 게 목표입니다."

<이 총장은 "총장 선임 당시 재단 측에 기부금 모금 약속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대학을 제대로 만들면 총장이 뛰어다니지 않더라도 기부금은 자연 들어올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의 소신은 일부 적중했다. 한국인공합성연구센터 등에 기부금이 적지 않게 들어 왔다.>

정리=박철현 기자 karam@hk.co.kr

사진=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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