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중인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만남은 지난해 10월의'김정일-원자바오(溫家寶)'회동만큼'평양발(發) 봄소식'을 전해줄 수 있을 것인가.
지난해 10월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방북을 계기로 북중관계는 상당히 돈독해졌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여기다 김위원장과 왕 부장간의 개인적 친분관계로 볼 때에도 왕 부장의 김위원장 면담 가능성은 그 어느 때 보다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국가주석의 초청을 받은 김 위원장의 방중이 지연되면서 북측이 왕 부장의 평양행을 먼저 요청한 점을 감안하면 북측이 현실적으로 꽤 다급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신호가 감지된다.
특히 왕 부장에 대한 신뢰감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김 위원장의 입장에서는 최근 변화하고 있는 북미, 남북, 나아가 중미관계 등을 고려할 때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서도 북중간 협력강화가 절실하다는 점을 역설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중국이 북한의 현 위기 타개에 좀더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주문에 다름 아니다.
지난해 11월 미국의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 이후 북미대화는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북측으로선 6자회담 복귀에 앞서 평화협정 체결 논의와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미측은 무조건 6자회담 복귀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교착국면을 풀기 위해선 새로운 모멘텀이 필요하다. 따라서 북측은 평화협정 회담 당사자인 중국을 설득, 미측의 결단을 압박하는 시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북측의 평화협정 회담 주장에 호응하고 나설 경우 이에 대한 미국의 거부 명분은 상당히 희석될 수 있다.
북측이 기대하는 중국의 역할로 볼 때 북측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화폐개혁과 시장폐쇄조치 등에 따른 극심한 혼란에 대처하기 위한 경제지원을 중국측에 요청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또 이번에는 지난해 10월 원 총리의 방북 당시 약속한 중국의 대북 지원약속의 실행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중국측이 지원을 확약한다고 해서 북측이 당장 6자회담 복귀를 선언할 것 같지는 않다.
북측 입장에서 '빅딜'이 이뤄지려면 미국의 태도변화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6자회담 재개 여부는 왕 부장의 김 위원장 면담이 이뤄진 이후에도 상당기간 상황의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이번에도 6자회담 복귀에 대한 즉답을 피한 채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중국측의 지원을 우선 촉구할 가능성이 높다.
베이징=장학만 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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