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팝스타 휘트니 휴스턴의 첫 내한 공연이 열린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휴스턴의 얼굴에는 만감이 교차했다. 7년 간의 은둔생활을 거쳐 지난해 복귀한 그가 10년 만에 나선 월드 투어의 첫 번째 무대였기 때문이다. 그만한 거물급 스타의 한국 공연, 더구나 월드 투어의 첫 공연지로 한국이 선택되는 것은 1~2년 전만 해도 생각지도 못했을 일이다. 이 공연 관계자는 “휴스턴은 관객들의 열광적인 반응 덕분에 좋은 기분으로 다음 공연지인 일본으로 향했다”며 “그의 복귀 첫 무대가 한국이 될지 누가 예상이나 했겠냐”고 반문했다.
거물 팝스타들의 한국행이 줄을 잇고 있다. 영국의 세계적 록 밴드 그린데이와 뮤즈가 지난달 서울 땅을 밟은데 이어 ‘기타의 신’ 제프 벡(3월 20일)과 결성 40년이 된 전설적 팝밴드 시카고(3월 23일), 백스트리트보이스(3월 24일), ‘포크의 전설’ 밥 딜런(3월 31일), R&B의 대명사 브라이언 맥나이트(4월 1일), 그리고 추억의 스타 톰 존스(4월 2,3일)가 잇달아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그동안 세계 공연계에서는 변방 중에서도 변방으로 여겨지던 한국 시장이 그 파워를 평가받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 같은 대형 스타들의 내한은 국내 공연시장의 성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공연기획사들이 대형 공연을 잇달아 큰 사고 없이 치러내면서 쌓은 외국 기획사와의 신뢰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해외에서 한국시장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 비욘세 등 올해 그래미상 주요 수상자가 모두 이미 한국공연을 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한국 공연시장의 위상 변화에는 음악 팬들의 열성적인 반응도 한몫을 했다. 한국 공연을 일본 공연의 부속물 정도로 여기던 해외 스타들이, 막상 한국 공연에서 미처 예상치 못했던 뜨거운 환대를 받으면서 한국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게 됐다는 것이다. 공연기획사 액세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내한한 대부분의 스타들은 한국 공연이 너무 감동적이었다고 말한다”며 “덕분에 스타들 섭외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공연 내용에도 변화가 오고 있다. 팝스타들이 예전엔 쉬어가는 식의 평일 공연을 택했던 것과 달리 주말 공연을 통해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려 한다. 휴스턴에 이어 제프 벡, 톰 존스가 주말에 날을 잡았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일본에 다시는 안 가겠다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가 한국에는 꼭 다시 오고 싶다고 할 만큼 한국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이라며 “요즘은 스타들이 한국 공연을 아예 먼저 잡아놓기도 한다”고 말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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