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고객의 자산을 관리만 합니다. 고객 자산을 마치 우리 돈 인양 투자하는 것은 증권사가 할 일이 아니죠. 고객 자산을 잘 관리해서 수익을 나눠드리는 게 본연의 업무입니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은 시종 '자산관리 컨설팅'기능을 강조했다. 자산관리가 최근 증권업계의 화두처럼 부상하고 있지만, 사실 미래에셋증권은 애초 태생이 그랬다.
본연의 업무처럼 여겨져 온 주식 브로커리지(위탁매매)보다, 자산관리 부문에 더 힘을 쏟았다. 오죽하면 설립 때부터 단기시세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뜻에서 객장에 시세전광판을 두지 않았고, 지점에 아예 브로커도 두지 않았을까.
"직접투자에 매달릴 경우 고객 입장에선 수익이 나지 않는데도 수수료만 떼일 수 도 있기 때문에 증권사에 대한 불신이 생기게 되지요. 그래서 미래에셋은 처음부터 고객에게 최적의 상품들을 골라 자산배분 전략을 짜주는 종합 자산관리 컨설팅 회사로서 비즈니스모델을 가져왔습니다."
최 부회장은 지난달 말 시행에 들어간 '펀드 판매회사 이동제'를 계기로, 지난 10여년간 축적해온 자산관리 역량이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자산관리 경쟁력의 핵심인 '전문인력' 측면에선 업계 최고를 자부했다.
미래에셋은 확실히 해외 진출에서도 다른 증권사들과는 다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자산운용사가 먼저 생기고 증권사가 나중에 태어났던 미래에셋의 국내 태생 과정과 똑같이, 해외에서도 자산운용사가 먼저 나가 터를 잡으면 증권사가 따라가는 방식이다.
첫 해외개척지인 홍콩부터 2003년 자산운용사가 먼저 법인을 설립하고 4년 뒤(2007년) 증권사가 진출했는데, 이런 방식으로 하면 '미래에셋' 브랜드가 먼저 자리잡고 외국계 증권사와 네트워크가 구축된 상태에서 영업망이 진출하기 때문에, 해외 개척의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최 부회장은 "현재 홍콩 미국 영국 등 7개국에 운용사 또는 증권사가 나가있고 3월이면 브라질에서도 증권 영업을 시작한다"면서 "중국 본토도 합작 형식으로 곧 진출에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시장법이 지향했던 투자은행(IB)이 금융위기 이후 시련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최 부회장은 '미국식 IB실패=IB모델 자체의 실패'로 규정해선 안 된다고 단언했다.
최 부회장은 "금융산업의 개념이 이젠 '저축'에서 '투자'로 바뀌고 있다"면서 "증권업은 업무 자체가 IB영역이고 이젠 IB가 금융산업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종래의 국내 금융산업은 상업은행(CB)에 치우쳐온 측면이 강하지만 CB의 DNA로는 제조업 등이 창출한 부를 관리하고 증식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새가 양 날개로 날아가듯이, 금융도 CB와 IB가 균형 있게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본시장이 발전하려면 무엇보다 신뢰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선 투자문화가 바뀌어야 하고, 금융기관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펀드라는 간접투자 상품을 보편화한 것부터, 적립식투자와 해외 분산투자로 유도한 것까지, 국내 자본시장과 투자문화를 바꿔가는 데 미래에셋이 선구적 역할을 해온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앞으로도 시장을 보는 혜안, 특화된 금융상품, 글로벌 정보네트워크 등 투자 컨설팅에 필요한 3박자를 바탕으로, 앞으로 증권업에 대한 신뢰를 더 높일 계획입니다."
■ 만약 지금 1억원을 투자한다면?
"(펀드투자의 대명사인 미래에셋 CEO답게) 모두 펀드에 맡길 생각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 40%(4,000만원)를 넣고, 나머지는 분산시켜 절반씩 해외 주식형 펀드(30%)와 글로벌 채권 펀드(30%)에 투자하려고 한다.
해외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는 30%(3,000만원)는 아무래도 글로벌 시장의 중심축이 신흥경제국으로 옮겨가고 있고 특히 중국ㆍ브라질에 관심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이 두 나라에 반반씩 투자하려고 한다. 나머지 30%가 들어갈 글로벌 채권펀드는 경기 회복기에 성과가 우수한 편이다.
단, 더블 딥 우려가 완전히 가시지 않는 등 경제전망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1억원을 투자해도 시장조정에 대비해서, 10번으로 나눠 적립식 방식으로 펀드에 넣겠다."
정리=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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