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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신의 진화' 진보를 거듭한 과학 신과 종교를 해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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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신의 진화' 진보를 거듭한 과학 신과 종교를 해부하다

입력
2010.02.07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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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버트 라이트 지음ㆍ허수진 옮김/ 동녘사이언스 발행ㆍ736쪽ㆍ2만5,000원

150여년 전 다윈에 의해 진화론이 체계화되고부터 종교는 과학과 척지기 시작했다.

60여년 전엔 생명을 유기물질의 덩어리로 다루는 분자생물학이 보편화됐는데, 대략 이때부터 종교는 과학을 '사탄의 속삭임' 정도로 여기는 듯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과학은 진보를 거듭, 마침내 신과 종교 자체마저 진화론의 실험실로 끌어들였다.

선두에 선 이가 <이기적 유전자> (1976) <만들어진 신> (2006)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 하지만 종교를 대하는 그의 반감은 '광신적'이라 할 만큼 격해서 논리가 종종 감정에 묻힌다.

<신의 진화> 는 진화심리학에 정통한 미국 저널리스트로 <도덕적 동물> (1994) <넌제로> (2000) 등을 쓴 로버트 라이트(53)가 종교를 뜯어본 책이다. 도킨스와 달리 톤은 무척 차분하지만, 종교를 해부하는 그의 칼끝은 도킨스 못지않게 날카롭다.

책의 가치를 빠르게 판별하려면 절반쯤 뚝 건너뛰어 377쪽을 펴면 된다. 종교가 이토록 번성한 까닭을 진화론을 도구로 푸는 이 책의 백미, 12장 '적자생존의 기독교'가 시작된다.

저자는 콘스탄티누스(272~337)에 의해 기독교가 공인된 사실을 자연선택의 한 예로 파악한다. 천하를 제패한 로마의 황제에겐 제국을 운용할 새로운 소프트웨어가 필요했다.

타민족을 적대시한 고유의 종교보다 초인종적 교리를 지닌 기독교가 '자연'히 '선택'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요지.

이후 기독교가 급속히 퍼져나간 현상도 진화심리학의 관점으로 해석된다. 저자는 이를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가 퍼져나간 것에 빗대 설명한다.

"수백만 개의 윈도가 사용되자 무수한 소프트웨어가 윈도용으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윈도의 보유가치는 그 프로그램이 수천 개 이용될 때보다 훨씬 높아졌다. 윈도가 깔린 컴퓨터를 구매함으로써 그 네트워크에 동참하게 된 사람은 그 멤버십의 가치를 더욱 높인다."(380쪽)

책 말미에 부록 형태로 실린 '인간의 본성이 어떻게 종교를 탄생시켰는가?'는 현대 진화론의 관점으로 종교를 해석하는 시도들을 개괄하고 있다.

경외감, 환희, 두려움 같은 인간의 심리가 신 혹은 종교라는 체계를 통해 '적응'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또 사람들이 종교에 빠져드는 과정도 스톡홀름 증후군에 빗대 생물학적으로 해석된다.

도덕적 상상력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신의 진화를 다루는 부분도 흥미롭다. 다만 번역에서 자연과학 용어를 좀 더 정확히 골라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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