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총생산(GDP)가 5%나 감소했지만 오히려 실업자는 줄어든 독일과 GDP 성장률이 2.5% 후퇴하자 실업률이 두 배로 뛴 미국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뉴욕타임스(NYT)는 4일 독일의 세계적인 전기ㆍ전자업체 지멘스의 사례를 들어 그 차이를 분석하며, 불황에 대처하는 새로운 방안을 소개했다.
100년 된 공장 다시 연 지멘스
현재 유리와 강철가루를 날리며 한창 가동 중인 독일 베를린 지멘스 공장은 100년 전부터 전기발전용 터빈을 생산했던 곳이다. 2차대전 때 군수품 생산공장으로 전환했으며, 이번 경제위기 때 다시 터빈 공장으로 문을 열었다. 공장 지배인 미카엘 슈바르즐로제씨는 "여기는 박물관이 아니고 실제 작업장"이라고 오래된 공장을 소개했다.
지멘스는 이 낡은 공장을 개조해 지난해 직원 500명을 신규로 채용했다. 이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가스터빈이 업계 최신식은 아니지만, 이 터빈 한대로 베를린 전체인구인 300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 더구나 다른 터빈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친환경 제품으로 경쟁력을 갖췄다.
핵심은 지속성과 친환경성
"유럽 기업들은 전후 최악의 경제 위기 속에서 직원을 해고하지 않고도 회생할 수 있는 다른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NYT는 소개했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트 대학 루크 소에테 교수는 "유럽 기업들은 그 동안 기술발전에 있어 느림보로 평가 받았지만, 지속성과 친환경 기술을 성장의 핵심요소로 사용해왔다"고 말했다. 지멘스의 지속경영 책임자 바버라 쿡스씨는 "100년 된 공장에서 생산하는 첨단 제품은 친환경 개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조치는 경험 많은 노동자들이 회사에 남아있도록 하며, 이들의 기업에 대한 충성도를 높여 생산성 향상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실제 지멘스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대비 11% 증가했고 친환경 분야의 사업비중도 커져가는 상황이다.
성장률보다 실업률을 관리해라
경제위기 상황에서 인력을 축소하고 단기 이윤보전에 급급한 미국식 풍토가 전세계에 보편화된 상황에서 지멘스의 행보는 느리고 비효율적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그러나 독일을 포함한 유럽국가들과 미국의 실업률을 비교해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독일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5%나 축소했지만, 실업률은 그 전해보다 오히려 낮아진7.5%였다. 네덜란드의 실업률은 4%, 오스트리아는 5.4%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실업률이 10%로 두 배나 높아진 미국은 GDP축소가 2.5%로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했지만 오히려 패자처럼 보인다. 더구나 미국은 금융위기 때 높아진 실업률이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낮아지지 않아 골치를 앓고 있다.
독일 프랑크프르트 코메르츠뱅크 수석연구원 요르그 크라메르씨는 "실업을 되도록 축소하는 독일경제의 능력은 또 하나의 독일판 '경제 기적'의 하나라고 할만하다"고 말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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