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전 스트레서 지음ㆍ김승진 옮김/ 이후 발행ㆍ480쪽ㆍ2만1,000원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분리수거를 착실히 하면서도 우리는 깨지고 망가진 것뿐 아니라 싫증이 나거나 유행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멀쩡한 물건들을 끊임없이 갖다 버린다. 재활용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지만, 쓰레기의 양은 그것과 상관없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20세기 이전만 해도 쓰레기의 양은 지극히 적었다. 가정의 음식 찌꺼기가 가축의 먹이가 되고, 아버지의 낡은 바지가 아들의 새 옷이 되는 식의 순환 시스템에 의해 버려진 물품들이 돌고 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업화 이후의 대량 생산, 대량 유통은 이런 흐름을 깨뜨렸다.
미국 델러웨어대 역사학과 교수 수전 스트레스가 쓴 이 책은 쓰레기의 종류와 양은 물론, 쓰레기에 대한 개념까지도 시대에 따라 달라졌다고 지적하면서 쓰레기가 순환되던 시절부터 순환이 끊긴 현대까지 쓰레기 생산의 변천사를 세세하게 짚어간다. 그리고 쓰레기의 역사를 통해 산업사회와 소비문화에 대한 성찰을 시도한다.
1880년 미국의 행상업자 모릴로 노예스는 행상인들을 대규모로 고용했다. 행상인들은 가정을 돌며 물건을 파는 동시에 가죽이나 넝마, 놋쇠그릇 같은 폐품을 사들였고 이를 공장에 납품했다.
가정 폐기물이 공장의 원자재로 변신하니 당연히 넝마 하나라도 그냥 내버릴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노예스의 사업은 1883년 해체된다. 산업화가 가속화되면서 지역 업체들의 폐품 거래 사업이 도시의 대규모 전문 업체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대규모 업체들은 가정이 아닌 산업체의 부산물을 주요 공급원으로 삼았고, 가정의 폐품을 수거해 산업적으로 재활용하던 쌍방향 시스템은 자연스레 붕괴됐다.
또한 도시위생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면서 사적인 영역에서 행해지던 쓰레기 처리가 행정당국의 일로 넘어가자 사람들은 더 쉽게 더 많은 것들을 버리게 되었다.
또 하나 쓰레기의 생산에 영향을 미친 요소는 바로 기업들의 마케팅과 광고였다. 1920년대 일회용 생리대를 가방에 넣고 여행하거나 직장에 나가는 여성들의 모습을 담은 광고는 일회용 생리대의 사용을 부추겼다.
종이컵과 종이수건 업체들은 공중 화장실과 약국, 음식점 등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여 일회용이 편리하고 청결하다는 이미지를 끊임없이 전파했다.
냉장고는 오히려 대공황 시기에 급속히 퍼졌다. '냉장고에 오랫동안 음식을 보관할 수 있으므로 (냉장고) 소비가 곧 절약'이라는 모순된 논리로 광고한 것이 효과를 본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의 소비문화는 끊임없이 자연자원을 취해서 폐기물을 배출하는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 의료 폐기물은 해변에 쌓이고, 도시의 쓰레기는 점점 더 먼 곳으로 보내지며, 부유한 사람들의 쓰레기는 빈민층의 생활공간을 위협하는 게 현실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른 쓰레기의 변화를 읽어가다 보면 결국 소비문화가 양산한 넘쳐나는 쓰레기와 그로 인한 위기의 징후들에 다다르게 된다.
저자는 "지구와 천연자원을 끝까지 살피는 태도에 기초한 새로운 도덕과 상식, 그리고 노동의 가치와 효용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가진다면 소비문화(와 그로 인한 쓰레기의 대량 배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다소 모호한 낙관적 전망으로 책을 마무리한다.
하지만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는 단순한 개인 차원이 아닌 사회문화적 과정이라는 인식, 그리고 자원의 흐름에 대한 관심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책은 제몫을 한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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