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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애월(涯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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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애월(涯月)에서

입력
2010.02.07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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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발길이 끊어지고부터 달의 빛나지 않는 부분을 오래 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무른 마음은 초름한 꽃만 보아도 시려옵니다 마음 그림자 같은 달의 표면에는 얼마나 많은 그리움의 발자국이 있을까요

파도는 제 몸의 마려움을 밀어내며 먼 곳에서 옵니다 항구에는 지친 배들이 서로의 몸을 빌려 울어댑니다 살 그리운 몸은 불 닿은 노래기처럼 안으로만 파고듭니다

아무리 날카로운 불빛도 물에 발을 들여놓으면 초가집 모서리처럼 순해집니다 먼 곳에서 온 달빛이 물을 만나 문자가 됩니다 가장 깊이 기록되는 달의 문장을 어둠에 눅은 나는 읽을 수 없습니다

달의 난간에 마음을 두고 오늘도 마음 밖을 다니는 발걸음만 분주합니다

● 애월이라는 지명은 '물가'와 '달'로 이뤄져 있네요. '물가 달'이라는 게 무슨 뜻인가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매립 전에는 포구가 안쪽으로 깊게 휘어져 들어오는 반달 모양이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하네요. 휘어진 포구를 보고 달을 떠올리며 '달 닮은 물가'라는 이름을 붙인 사람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네요. 물가까지 걸어가면 우리는 더 이상 가지 못하고 거기에 멈춰 서야만 했지요. '바다가 육지라면'이라는 노래도 있잖아요. 그래서 물가를 뜻하는 '애'자에는 '세상의 끝'이라는 뜻도 포함돼 있지요. 혹시 제주도에 가게 되면 애월에 한 번 들러보세요. 거기가 바로 '달 닮은 물가'랍니다. 속뜻은 '가고 싶어도 더 가지 못하는 세상의 끝'이지만.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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