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유력 일간지인 르 몽드와 르 피가로 등은 최근 특집기사를 통해 "2030년까지 최소 200기의 신규 원전이 건설될 예정인 원전 수출시장에 주목할 만한 경쟁자가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12월 우리나라가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을 수주한 것을 일컫는 것으로 지금까지 프랑스, 미국, 일본, 러시아의 영향권에 있었던 세계 원전시장에 '한국'이 본격 합류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우리 정부도 2030년까지 80기의 원전을 수출, 세계 신규 원전건설 시장의 20%를 점유하겠다는 '원자력발전 수출산업화 전략'을 발표했다.
원자력산업 분야에 오래 종사해 온 필자가 보건대 우리나라가 원전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데는 세가지 배경이 있었다.
첫째 원전 운영능력이다. 우리나라의 원전 이용률은 2008년 기준 93.3%로 세계 평균보다 14% 포인트 높고, 원전 수출 경쟁국인 일본(59.2%), 러시아(73.1%), 프랑스(76.1%), 미국(89.9%)과 비교해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둘째, 원전 건설ㆍ운영 경험이다. 1979년 미국의 TMI 원전사고 이래 원전 건설을 중단한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거의 매년 1기의 원전을 건설해왔고, 지금도 6기의 원전을 건설하고 있다.
셋째 건설공기 단축과 가격경쟁력이다. 프랑스의 OPR1000 원전 건설기간이 60개월, 러시아의 VVER1000 원전이 83개월, 미국의 AP1000 원전이 57개월인데 비해 한국형 원전인 OPR1000은 52개월 정도다. 반복 건설에 따른 경험 축적과 설계 표준화, 그리고 최신 시공기술을 적용한 덕이다. 건설단가도 APR1400 원전을 기준으로 할 때 kW당 2,300달러로, 일본(ABWR)이나 프랑스(EPR)에 비해 20% 이상 저렴하다.
우리나라가 원전 글로벌 3강 진입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아직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원전 설계코드, 원자로 냉각재 펌프 및 원전 제어계측장치 등 핵심기술을 조속히 터득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고속증식로(FBR) 등 차세대 원전 개발과 이와 연계된 핵연료주기 기술개발을 지속적이고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더불어 원전의 운영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방사성폐기물의 안전관리와 관련된 기술개발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아무리 뛰어난 원전건설과 운영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방사성폐기물의 안전관리 기술과 경험을 갖추고 있지 못하면 원전 수출 강국으로서의 자질과 신뢰성에 커다란 장애요인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준위의 방사성 물질인 동시에 잠재적 에너지자원이기도 한 사용후 핵연료의 안전관리 기술까지 선진화해야만 세계 원전 수출 3대 강국의 꿈도 현실화할 수 있을 것이다.
정기진 한국방사성폐기물 관리공단 운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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