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은 고 이병철 전 삼성 회장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에 맞춰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삼성을 일군 고인의 삶과 업적을 재조명하는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병철, 거대한 신화를 꿈꾸다> <이병철의 기업가 정신> <크게 보고 멀리 보라> 를 비롯해 고인을 어린이와 청소년의 롤 모델로 제시한 <너의 이름보다는 너의 꿈을 남겨라> <행동하는 사람이 꿈을 이뤄요> 등 올 들어 나온 책만 6종이다.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펴낼 회고록 등 더 나올 책도 많다. 행동하는> 너의> 크게> 이병철의> 이병철,>
이 책들은 한결같이 고인의 기업가 정신과 불굴의 삶을 기린다. 인재를 아끼고, 남다른 결단력과 추진력으로 혁신을 거듭하며 ‘사업보국’에 앞장선 큰 인물이라고 평가한다.
반면 2007년 삼성 비리를 폭로했던 김용철 변호사가 쓴 <삼성을 생각한다> 는 고인이 일으킨 삼성의 2대 후계자, 이건희 전 회장의 삼성에서 7년 간 일하면서 보고 겪은 이야기를 중심으로 삼성의 어두운 면을 고발하며 삼성을 다시 생각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고인을 겨냥한 책은 아니지만, 탄생 100주년의 추모 기류와 엇나가게 박은 쐐기라고 하겠다. 삼성을>
고인의 위업을 깎아내릴 뜻은 없다. 그러나 역사적 평가는 엄정해야 한다. 고인의 행적에는 1966년 삼성 계열사 한국비료의 사카린 밀수 사건 등 어두운 과거도 포함돼 있다. 오점만 부각시켜 공격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겠으나, 고인의 삶을 다룬 책이 그런 측면을 언급조차 하지 않고 넘어가거나 지나친 호의로 그럴 수도 있다고 옹호하는 것 또한 옳지 않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이 보는 책에서 그리 하는 것은 마래 세대의 정신을 왜곡하는 일이다. 정당한 존경과 객관적 평가가 균형을 이룬 책을 보고 싶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