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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훈 소설 '광장' 10번째 개작한다/ 14쪽 분량의 내용 4곳 다시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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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훈 소설 '광장' 10번째 개작한다/ 14쪽 분량의 내용 4곳 다시 써

입력
2010.02.07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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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최인훈(74ㆍ사진)씨가 대표작 <광장> 을 또 한 번 대폭 고쳐 쓴다. 최씨가 1960년 '새벽' 11월호에 <광장> 을 첫 발표한 이래 공식적으로 10번째 개작이며, 그 폭도 1976년 문학과지성사에서 '최인훈 전집'이 처음 나올 당시 이뤄진 개작 수준에 버금간다.

최인훈 전집 전15권을 출간하고 있는 문학과지성사는 "최씨가 최근 <광장> 을 개작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지난달 25일 개작의 구체적 내용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문학과지성사는 "새로 고쳐 쓴 내용은 최인훈 전집 제1권 <광장 구운몽> 의 일곱 번째 판으로 4, 5월쯤 출간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광장> 개작의 핵심 내용은 북한 정치보위부 간부가 된 주인공 이명준이 6ㆍ25 때 서울을 점령한 뒤 국군 첩보원 노릇을 하다 붙잡힌 친구 태식을 가혹하게 고문하고, 태식과 결혼한 옛 애인 윤애를 능욕하려던 장면을 현실이 아닌 명준의 꿈으로 표현한 것. 작가 최씨는 현재 판본을 기준으로 전체 작품 194쪽 중 14쪽 분량에 이르는 관련 내용 4곳을 삭제하고, 이를 대체할 부분을 새롭게 썼다. 새로 삽입되는 부분은 명준이 포로수용소에서 태식과 윤애의 꿈을 꾼 일과, 그에 앞서 서울 점령 당시 윤애를 찾다가 실패했던 일을 중립국으로 가는 배 타고르호 선상에서 번갈아 떠올리는 내용이다.

최씨는 "명준의 성격으로 볼 때 해당 장면을 꿈으로 처리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고, 작품에 깊은 맛을 더할 수 있을 거라고 봤다"고 이번 개작 이유를 밝혔다. 최씨는 이밖에도 명준이 자살을 결행할 때의 심리를 좀더 면밀하게 보여주는 내용을 삽입하는 등 네 군데를 추가로 손봤다.

<광장> 은 발표 이듬해인 1961년, 최씨가 당초 원고지 600매 정도였던 작품 분량을 800여 매로 늘려 정향사에서 첫 개작 단행본을 냈다. 이어 1967년 신구문화사, 1973년 민음사에서 각각 재출간될 때 단어와 문맥에 수정을 가했다.

<광장> 이 이전 판본과 뚜렷이 구분될 만큼 대폭 바뀐 것은 1976년 출간된 '최인훈 전집' 초판에서다. 네 번째 개작에 해당하는 이 판본에서 최씨는 기존에 썼던 한자어 어휘 대부분을 순 우리말로 풀어쓰고, 당초 명준의 애인 은혜, 윤애를 상징하던 갈매기 두 마리를 은혜와 그녀의 뱃속에 있던 명준의 딸로 고쳐 표현하는 등 많은 부분을 고쳤다. 특히 갈매기의 의미 변화로 인해 명준의 죽음이 '이념적 절망'이 아닌 '완전한 사랑의 추구'로 해석되면서 작품 전체의 의미가 변모하는 효과를 낳았다.

최씨는 또 전집 발간 후에도 명준이 포로수용소에서 남측 대표를 만난 것을 상상으로 처리해 역사적 사실과 부합시키는 등 다섯 차례에 걸쳐 <광장> 을 개작, 이 작품의 첫 발표 이후 아홉 차례나 고쳐 쓰는 열의를 보였다.

이훈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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