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저녁 서울 지하철 1호선 을지로입구역 구내. 직장인 이오른(30)씨는 또 피켓을 들고나섰다. 1인시위 223일째. 피켓에는 '6월 2일 지방선거 반드시 투표합시다!'란 문구를 적었다.
"선거는 중요하고, 투표는 국민의 의무잖아요." 그는 가급적 '원론'에 충실하고자 노력했다. 그의 메시지가 선거 때마다 국민 세금으로 방송도 하는 캠페인과 다르지 않지만, 문맥에 따라서는 정치적 의미가 사뭇 달라질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해 6월부터 시작했어요. 하다 보니 동참자가 느네요. 시위에 동참하신 분도 그 사이 70여 명 되고, 1인 시위 형식 자체도 많이 대중화한 듯해요. 물론 힘들죠. 겨울엔 춥고, 무관심한 분들도 많고요. 네티즌 중에는 '바람잡이'처럼 나와서 시민들의 관심을 끌어주기도 해요. 그분들을 '모래요정'이라고들 해요. '모래요정 바람돌이' 아시죠?"
"부모님은 저 이러는 거 모르세요. 주말과 퇴근 후에 하는 거여서 직장에서도 다들 모르셨는데 특정신문 광고 불매운동으로 제가 기소되는 바람에 난처해진 적은 있어요. 다행히 회사 선후배들이 제 편을 들어주셨어요. 언제까지 할지는 장담 못합니다. 1000일은 채우고 싶은데…."
대의제가 민주주의 완성을 보증하지는 않지만 대의제를 냉소하거나 외면하는 한 그럴싸한 민주주의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도 상식일 것이다. 그 상식을 전하느라 그는 연애할 시간도 없다고 했다.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사진 류효진기자 jsknigh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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