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의 국ㆍ공립병원인 A산부인과는 불법 낙태 수술 전문 병원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병원 차트에는 낙태 수술의 흔적이 전혀 없다. 대신 뱃속에서 죽은 태아가 자궁 밖으로 나오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수술했다는 기록이 많다. 이른바 계류유산이다. 병원은 계류유산이 합법 수술임에도 환자와 합의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보험급여를 청구하지 않았다. 자칫 불법 낙태 사실이 적발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참다 못한 병원 직원들이 나서 불법 낙태 수술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병원은 “증거가 없는데 무슨 소리냐”고 펄쩍 뛴다.
묻지마 낙태에 태아 살인도 버젓이
불법 낙태 수술 근절 운동을 벌이고 있는 프로라이프(Pro_Life)의사회가 5일 공개한 제보 중 일부다. 모두 하나같이 입에 담기조차 역겨운 충격적 내용들이 가득 차 있다.
이에 따르면 서울의 B산부인과는 지난 수십 년간 산모의 임신 기간에 상관없이 무조건 낙태 수술을 해주고 있다. 수술 전 임신 여부에 대한 검사도 없이 낙태를 원하는 여성의 자궁을 긁어내면 그만이다. 수술 후 잔여물은 원장실 안에 따로 만든 하수구를 통해 버려 왔다고 한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수술비는 현금으로만 받았고 탈세를 위해 낙태 수술 전용 이중 장부도 만들어 왔다는 게 제보자의 증언이다.
전남의 C조산소는 주로 미혼모 사이에 잘 알려져 있다. 임신 1개월당 10만원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비용에 낙태 수술을 해 주기 때문에 곤궁한 학생들이 자주 찾는다고 한다. 한 제보자는 “이 조산소는 7, 8개월 된 태아에 대한 낙태 수술도 서슴지 않는다”며 “심지어 수술 후 살아 있는 태아의 목을 눌러 죽이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하루 1000여건…복지부 장관 고발 방침
의사회는 불법 낙태 수술 건수가 하루 1,000건이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의사들의 자정 노력이나 이를 감독하는 보건 당국의 대응 모두 미지근하다. 이에 의사회는 제보받은 곳 중 1차로 산부인과 병ㆍ의원 3곳을 선별, 3일 검찰에 고발하는 초강수를 던졌다. 불법 낙태 수술에 대한 제보가 끊이지 않고 있어 이후 고발 대상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법 당국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은 4일 이 사건을 의학 전담인 형사2부에 배당해 본격 수사에 착수하는 한편, 고발 사건 이외의 불법 낙태 수술 사건에 대해서도 인지 수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의사회는 보건 당국에 대해서도 칼을 겨눴다. 지난해 11월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불법 낙태 수술을 엄단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동안 실효성 있는 정책을 내놓거나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낙태를 방조해 왔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대해 최안나 대변인은 “복지부가 이번 사태를 계속 방치할 경우 전 장관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낙태죄가 이미 사문화했다는 주장도 있다. 형법에 낙태 수술을 한 의사는 2년 이하의 징역, 낙태를 한 여성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지만 모자보건법에는 산모 건강이 위험한 경우 등 몇 가지 경우에 한 해 낙태를 허용하고 있어 대부분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치고 있다. 근본적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란 회의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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