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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주중대사관 문화교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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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주중대사관 문화교류는…

입력
2010.02.07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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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온갖 생체 실험을 자행한 일본 관동군의 세균전 부대였던 731부대 유적지에 대해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역사의 부끄럽고 뼈아픈 '상처'마저 있는 그대로 보전해 일본에 대한 경각심을 잃지 않겠다는 중국인 특유의 행동양식으로 봐야 한다.

조용한 중일 간의 문화외교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중국과 일본은 요즘 어느 때보다 외교적인 밀월관계에 접어들고 있다. 역사의 상흔은 그대로 기억하면서, 미래 지향적인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문화교류를 앞세운 민간 외교의 힘이 크다. 역사ㆍ정치적 갈등의 골을 양국간 문화교류 협력을 통해 조용히 메워가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해 11월11일 일본 도쿄(東京)의 귀족학교인 가쿠슈인(學習院)대학 대강당에서는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즉위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중국 가무단의 공연이 열렸다. 일본 왕실교향악단 초청으로 열린 이 공연에서 중국 국민 민요가수 펑리위안(彭麗媛)은 일본인이 즐겨 부르는'사계절의 노래(四季の歌)'를 열창했다. 나루히토(德仁) 일본 왕세자는 객석에서 일어나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펑은 중국 차기 국가 최고 지도자로 유력한 시진핑(習近平) 국가 부주석의 부인이다.

그리고 공연 한 달이 지나 아키히토 일왕은 방일한 시 부주석을 접견했다. 외국인사가 일왕을 만나기 위해선 최소 한 달 전에 신청해야 했는데 2주 전에 요청한 시 부주석이 일왕을 만난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한 편의 문화공연이 양국 외교의 큰 가교역할을 한 것으로 해석됐다.

지난해 11월28일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는 세계 3대 미인대회 중 하나인 미스인터내셔널 대회가 열렸다. 미스인터내셔널 대회는 1967년 미국의 롱비치에서 첫 대회가 열린 후 1972년부터 일본의 국제문화협회가 주최하고 있다. 이 협회는 2008년 마카오 대회에 이어 지난해 쓰촨 지진피해지역인 청두, 올해는 세계무역박람회가 열리는 상하이(上海)에서 3년 연속 중국 대회를 개최한다.

그러나 이 협회는 일본에 대한 중국인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중국 국제문화전파중심을 내세워 활동하고 있다. 그만큼 조용한 민간 문화외교를 하는 셈이다. 이 협회는 미스인터내셔널 참가자들을 쓰촨지진 피해자 돕기 행사에 참가하게 하는 등 중일 문화교류에 앞장서고 있다.

올해 한중 상호 방문의 해를 맞은 우리는 한중 간의 문화교류를 위해 어떤 노력을 보이고 있는가. 최근 류우익 주중 한국대사는 쓰촨성 청두를 방문, 지진피해자들에게 우리 기업들이 제공한 선물들을 건네고, 지방 언론매체들과 잇따라 인터뷰를 하는 등 일본의 조용한 외교와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주중대사관 역시 류 대사의 행보를 소개해 달라며 특파원들에게'류 대사 본격 현장외교 나선다'는 홍보물을 뿌리는 등'과시 행정'에 열을 올렸다.

문화행사 초청 못 받은 대사

류 대사는 베이징을 찾는 수많은 여권 인사들을 만나면서도 한중 방문의 해를 맞아 문화교류에 앞장서는 우리 민간단체에 대한 관심은 뒷전으로 미루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대외 문화교류 창구인 국제문화전파중심 신년회에 이라크 등 7개국 대사들은 참석한 반면, 류 대사는 초청도 못 받을 만큼 한중 문화교류의 장(場)에서'힘없는 대사'로 전락하고 있다. 이는 분명 자초한 측면이 크다.

문화교류를 등한시한 외교관이 외교 현장에서 대접 받는 경우는 없다. 중일 문화외교의 교훈을 곱씹어봐야 할 때다.

장학만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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