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이름은 의미를 담아 짓는데 나무 이름은 어떻게 지어졌는지 궁금했습니다. 나무에 관심을 갖게 되는 이들의 기초적인 의문이죠."
<어느 인문학자의 나무 세기> (2002) <나무 열전> (2007) 등 나무에 대한 교양서들을 내놓았던 강판권(49ㆍ사진) 계명대 사학과 교수가 이번에는 <역사와 문화로 읽는 나무사전> (글항아리 발행)을 내놨다. 10년에 걸친 자료조사와 답사의 결과물로 나무 217종에 대한인문학적 지식을 백과사전식으로 담고 있다. 나무 이름의 유래가 기본정보이고, 학명 분석, 나무와 관련된 동서양의 문학과 회화 등도 소개하고 있다. 역사와> 나무> 어느>
1,1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 부담스럽게 느껴지지만 어느 곳을 펼쳐도 흥미로운 나무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상식을 깨뜨리는 정보도 얻을 수 있다. 가령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빨간 열매가 달린 보리수나무는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보리수나무와 전혀 다르다. 우리가 볼 수 있는 보리수나무의 한자 표기는 열매가 보리 알갱이를 닮았다는 뜻의 '맥립(麥粒)'으로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거목 보리수(菩提樹)와 다르다. 선비의 무덤에 심어져 '학자수'라는 별칭을 얻었던 회화나무, 어머니의 이름이 해당부인이라 해당화에 대한 시는 한 편도 남기지 않았다는 두보의 이야기 등은 '나무인문학자'로 불리는 강 교수의 공력을 실감케 한다.
중국의 낱말풀이사전 <이아> , 초목사전 <본초강목> , 조선의 농서 <사시찬요> <농상집요> 등을 참고문헌으로 삼았다는 그는 "도대체 왜 이렇게 이름을 지었는지 알 수 없는 나무가 너무 많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가령 사철나무는 이 나무 외에도 늘푸른나무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체성을 드러내기에는 부족한 이름이라는 것. 반면 플라터너스의 고유명칭인 버즘나무는 이 나무의 껍질이 버짐을 닯았다는 점에서 고개가 끄덕여진다고 한다. 농상집요> 사시찬요> 본초강목> 이아>
강 교수는 중국농업경제사를 공부하던 박사과정 시절부터 나무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후 본격적으로 나무에 관한 인문서를 써왔다. 2002년부터는 대구지역의 나무 애호가들과 함께 '나무세기'라는 모임을 만들어 매주 전국의 숲을 누비고 있다. 이 모임 회원은 저마다 나무 이름을 애칭으로 삼고 있는데, 강 교수는 자신의 애칭은 '쥐똥나무'라고 소개했다. "제 키가 작기도 하지만, 쥐똥나무는 아파트 도로 주변의 울타리로 많이 쓰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나서지 않고 제몫을 묵묵히 감당하는 울타리처럼 나무 공부를 하겠습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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