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이르면 6일 평양을 전격 방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그라져가던 북한의 6자회담 복귀 가능성에 다시 불씨가 붙게 됐다. 왕 부장의 평양행이 6자회담의 새로운 모멘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왕 부장의 방북은 장기 교착 상태에 빠져있는 6자회담이 재개 쪽으로 방향을 틀었음을 의미할 수 있다. 6자회담 의장국으로 상당한 대북 지렛대를 갖고 있는 중국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은 분위기가 그만큼 무르익었음을 반증하기 때문이다.
특히 왕 부장의 방북이 한반도 정세 변화를 모색하려는 각국의 움직임이 빨라지는 가운데 이뤄진다는 점도 주목된다. 남북간에 정상회담을 둘러싼 물밑접촉이 진행되는 가운데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최근 방한, 북핵문제 등을 조율했다. 김태효 청와대 전략비서관은 워싱턴에서 미국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북특사인 린 파스코 유엔 정무담당 사무차장은 9~12일 방북한다. 북핵 문제를 둘러싼 각국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주도권 다툼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올 정도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왕 부장의 평양행은 일단 6자회담 조기 복귀를 촉구하는 대북 압박 카드가 될 것이다. 중국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변을 마냥 기다릴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6자회담이든 남북정상회담이든 답변을 내놓야 할 시점"이라며 "왕 부장의 방북을 통해 김 위원장이 6자회담 복귀를 시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의 입장에서 왕 부장의 방북은 경제난 돌파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왕 부장이 회담 복귀를 촉구하면서 경제 지원을 약속한다면 북한은 뿌리치지 못할 듯하다. 북한은 지난해 말 화폐개혁 이후 물가가 치솟는 등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중국의 요구를 들어주는 대신 실익을 챙길 공산이 큰 것이다.
하지만 왕 부장의 방북 결과를 낙관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북한의 집요한 평화협정 회담 개최 요구, 대북 제재 해제를 둘러싼 심각한 북미간 대립 등 걸림돌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왕 부장의 방북을 계기로 김 위원장의 방중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김 위원장의 방중이 왕 부장의 평양행으로 대체됐을 수도 있다"는 풀이도 나온다.
정부 당국자들은 빨라지는 6자회담 재개 흐름이 남북정상회담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시하고 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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