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파스타'가 인기를 끌고 있다.
주연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비교적 현실에 충실한 이야기 구성 등이 성공요인이라고, 연일 뉴스에 오르고 있다. 특히 요리를 직업으로 하는 이들은 "'파스타' 보세요?"라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
나만해도 1회 시작부터 챙겨 본 것은 아니었고, 사람들 모이는 자리마다 '파스타'봤냐고 물어오는 바람에 몇 마디 답이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방영 중간부터 보기 시작했다.
전문직 드라마가 나올 때마다 해당 업종의 종사자들은 현장 상황의 묘사가 현실과 멀다 가깝다를 논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파스타'에서 그려지는 주방의 생동감이나 은근한 신경전, VIP 손님이나 예의 없는 경영진에 관해서는 주방이 힘을 모으는 설정 등이 꽤나 와 닿는다.
회가 거듭될수록 시청자 게시판을 달구는 것은 두 주인공 남녀의 애정구도다. 역시 지지고 볶고 허기를 채우고 입안을 즐겁게 하는 가운데 빠질 수 없는 것이 그 속에서 싹트는 사랑이야기인 것은 시대를 막론한 진리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먹고 사는 일'만 할 수는 없는 것이 인간이다. 어느 날부터 자꾸 눈에 밟히는 사람이 생기고, 그 사람이 눈앞에 없으면 보고 싶고 궁금하고, 생각만 해도 양 볼이 붉어지고 배시시 웃음을 흘리게 되는 상황이 시작되면, 그 때부터는 그 감정이 '먹고 사는 일'보다 먼저가 된다.
시청자 게시판을 가득 메운 '충성 시청자'들의 사연 가운데 공통적인 내용은 이렇다. 가슴 떨린다, 여주인공이 자신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몰입된다, 그만큼 일터에서 싹트는 사랑의 묘사가 사실적이다, 첫사랑 생각이 난다, 연애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미혼자들은 올리브 오일처럼 건강한 연애를 꿈꾸고, 기혼자들은 무뎌졌던 연애감정을 되새김하게 되나 보다.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를 두세 번 시청하는 동안, 나태해졌던 나의 주방을 재정비하는 에너지를 얻었다. 이제 막 '보조' 딱지를 뗀 초보요리사 여주인공을 보면서 11년 전, 요리 수업을 마치고 의욕에 넘치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처음 먹는 것마다 신기하고 맛있었던 요리 초년병 시절을 떠올리는 것은 '첫사랑'을 떠올리는 것만큼 떨리고 부끄러운 일이다.
사람들이 '첫사랑'을 못 잊는 것은 첫사랑을 앓았던 시절의 자신이 그리워서가 아닐까. 뭐든지 처음 먹어보는 것들이라 놀랍고 흥분되던 그 시절의 내가, 그때 내가 가졌던 아무 생각 없이 의욕만 넘치던 입맛이 그리운 지금의 나처럼 말이다.
박재은 푸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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