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아들(29)을 둔 토머스씨 부부는 얼마 전 5년 만에 아들과 대화를 나눴다. 언어를 통한 평범한 대화는 아니었다. 연구진이 아들에게 '네'라고 답하고 싶을 경우 테니스 코트에서 공을 치는 장면을, '아니오'라고 답하려면 거리를 걸어가는 장면을 각각 상상하도록 주문한 후"당신 아버지의 이름은 토머스인가요?"라고 질문하자 아들이 테니스 코트에서 공을 치는 장면을 떠올린 것.
뇌손상으로 식물인간이 된 환자 중 일부에게 의식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과 벨기에 연구진이 최근 미 의학전문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을 이용해 식물인간 23명의 의식상태를 실험한 결과 네 명의 뇌는 정상인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연구진은 환자들에게 테니스 코트와 거리를 걷는 장면을 각각 머리 속에 그리도록 주문했다. 그 결과 토머스씨 아들처럼 환자 네 명은 건강한 사람의 뇌와 마찬가지로, 테니스 장면을 상상할 때는 뇌의 운동 피질이, 거리를 걷는 장면에서는 공간담당 뇌 부위가 각각 활성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식물인간 환자의 가족들은 특히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환자 본인에게 연명치료에 대한 찬반 의사를 물을 수 있을 지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뇌손상연합의 수전 코노스 대표는 AP통신에 "fMRI 검사는 뇌손상을 입은 가족의 연명치료 여부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논문의 공동 저자인 마틴 몬티는 4일 "의식이 있다 해도 '생명을 연장하고 싶습니까?' 같은 복잡한 문제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지 확실치 않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연구결과 의사 소통이 가능한 식물인간은 교통사고 등 외상을 통해 뇌가 손상된 이들이었으며, 심장마비 등 산소결핍으로 손상된 경우 환자의 뇌는 반응하지 않았다. 미국 내에서 식물인간에 대한 연명치료 중지논란을 불러 일으킨 끝에 2005년 안락사한 테리 시아보는 산소결핍에 의한 뇌손상 환자였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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