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캠핑을 시작한 이들 대부분은 텐트나 타프, 테이블, 화로 같은 기본장비 세팅에 많은 신경을 쓴다. 그리고 얼마간의 경험이 쌓이면 이들 장비의 업그레이드에 몰두하게 된다. 열심히 인터넷 동호회를 들락거리며 이런 저런 정보를 수집한다. A 브랜드의 텐트, 혹은 B 브랜드의 랜턴 등 고가의 장비만 눈에 들어온다.
이 단계를 지나 캠핑에 재미를 좀 더 붙이면 아기자기하고 편리한 소품을 장만하는 데 더 공을 들인다. 굳이 캠핑장비가 아니더라도 캠핑에 쓸 만한 물건들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굳이 고가의 제품을 고집하지도 않는다.
텐트에 문패를 달기 시작하는 것도 이 즈음이다. 문패 만들기는 간단하다. 문방구에서 파는 합판에 라벨지를 프린트해서 붙이면 된다. '즐거운 ◯◯이네 집' 등이라고 쓰면 좋다. 아이들도 즐거워한다.
테이블보도 사이트 분위기를 보다 밝고 화사하게 마련해준다. 삭막한 알루미늄 테이블 위에 살짝 덮으면 분위기가 한결 살아난다. 비닐재질 보다는 인조가죽 재질이 좋다. 비닐 재질은 열과 오염에 약하다. 1만원 안팎이면 마련할 수 있다.
만능 빨래줄이 하나쯤 있어도 좋다. 생고무로 만든 줄 2개를 꼬아서 만들었다. 빨래집게가 없어도 줄 사이에 빨래를 꽂아서 말릴 수가 있다. 줄 양끝에는 강력한 벨크로테이프가 붙어 있어 설치도 간편하다. 비상시 텐트 스트링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굳이 캠핑장이 아닌 여행 시에도 사용 가능하다.
'오리카소'라는 것이 있다. 영국의 렘플로이 워크스코프(Remploy Workscope)사가 제작한 접이형 식기다. 둥근 책받침처럼 생겼는데 접이선에 따라 몇 번 접으면 보울(Bowl), 접시, 그릇 등으로 변신한다. 컵라면 종이두껑을 접어 그릇으로 사용하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물론 액체를 담을 수도 있다. 폴리프로필렌 소재로 만들어져 친환경적이기까지 하다.
미니 더치오븐도 유용하다. 1인용 더치오븐이다. 스노피크에서 '마이크로 포트' '마이크로 캡슐' '마이크로 샌드' 등의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간단한 안주류나 가벼운 요리를 하는데 알맞다. 여성들이 특히 좋아한다.
어마어마한 장비를 풀어놓고 캠핑을 하는 사람보다 몇 안 되는 조촐한 장비로 캠핑을 하는 사람이 더 강력한 포스를 발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별 다른 장비가 없는 것 같은데도 고수의 기운이 가득하다. 사진 찍는 사람들이 흔히 쓰는 말 가운데 '디테일에 강해야 고수'라는 말이 있다. 세세한 부분 하나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다. 캠핑 역시 마찬가지다. 디테일에 강해야 진정한 고수다.
<오토캠핑 바이블> 저자 최갑수 오토캠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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