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의 예민한 문제를 또 건드렸다.
빌 버튼 백악관 부대변인은 2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작년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 지도자들에게 ‘달라이 라마를 만나겠다’고 말했는데, 그렇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버튼 부대변인은 “달라이 라마는 국제적으로 존경받는 종교ㆍ문화 지도자이며, 대통령은 그런 자격을 갖춘 달라이 라마를 만나려는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면담 시기는 언급되지 않았다. 그러나 달라이 라마가 이달 말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를 방문, 공개 강연할 예정이어서 이 때 오바마 대통령과의 면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
작년에 ‘면담 용의’를 미리 밝혔고, 또 티베트에 ‘고도의 자치’를 요구하는 정치지도자가 아닌 종교지도자라는 자격으로 만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을 보면 미국이 달라이 라마와의 면담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버튼 부대변인이 “미국은 티베트가 중국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과 긍정적이고 포괄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재차 중국을 의식한 발언을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러나 달라이 라마가 중국 내 소수민족의 인권과 분리독립 운동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볼 때 중국으로서는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미국이 대만 무기판매, 구글 인터넷 검열, 무역분쟁, 환율 문제 등으로 중국과 새해 벽두부터 갈등을 빚고 있는 와중에 가장 민감한 문제 중 하나인 달라이 라마 면담을 또 들고 나온 것에 대해 인권과 종교자유 등에서의 미 행정부의 원칙에 중국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이 미국과 함께 세계 경제의 양대 대국으로 부상하고, 미국과는 정치, 경제, 군사 등 다방면에 걸쳐 포괄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도 미국이 달라이 라마 문제를 거론하게 된 요인으로 지적된다. 특정 이슈가 미중 관계를 좌우할 단계는 지났고, 따라서 건설적인 기조하에서 이견을 논의할 수 있을 정도로 양국 관계가 성숙해졌다는 판단도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브루스 렘킨 미 공군성 국제정책차관보는 “미국의 정책은 일관되며, 따라서 중국도 상호 우려사항에 대해 미국에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논평을 통해 강력히 반발하는 것과 달리 미국에 실제 보복조치를 가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도 미국이 달라이 라마 카드를 꺼낸 한 요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국제분쟁 및 협력연구소(IGCC)’의 수전 셔크 소장은 “중국은 단호한 말을 하는 것은 단호한 행동을 대신하기 위한 경우가 많았다”며 “중국의 행동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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