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권은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그러나 사면권 오ㆍ남용은 전ㆍ현 정권 가릴 것 없이 늘 논란의 대상이 돼왔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9차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각각 8차례 사면을 했는데, 모두 특별사면 형식으로 이뤄졌다. 국회 동의가 필요한 일반사면을 하면 사면권 행사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결과다.
이명박 대통령도 취임 후 지금까지 4차례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생계형ㆍ민생형 사면이 2차례 있었지만 횡령 재산도피 폭행 등의 혐의로 국민적 지탄을 받은 기업인들과 이건희 전 삼성 회장 1인을 위한 사면권 행사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대통령의 이와 같은 자의적 사면권 남발을 견제하기 위해 도입된 기구가 사면심사위원회다. 그러나 2007년 사면법 개정 당시부터 위원회의 역할에는 의문이 제기돼 왔다. 위원 9명 중 5명을 법무부 인사로 채운 것부터가 사면심사위의 '거수기'전락을 예고했다. 더구나 그제 명단이 공개된 민간위원 4명 중 한 명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지원 조직을 이끌었던 인사였고, 다른 위원 한 명은 특별사면 대상 기업인 변론을 맡은 로펌의 소속 변호사였다. 인적 구성과 면면이 사법심사위 도입 취지를 구현할 수 없는 구조였던 것이다. 사면심사위의 심사가 요식 행위라는 평가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특별사면 때마다 지적했듯이 사면권의 정치적 남발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뒤흔들고 사법질서를 훼손할 수 있다. 따라서 사면권 남발을 견제할 실효 있는 민주적 견제 장치가 필요한데, 중ㆍ장기적으로는 특별사면도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는 법 개정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사면심사위 심사의 객관성과 공정성, 독립성이 보장되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게 시급하다. 정부ㆍ민간 위원을 동수로 하고, 민간 위원은 국회 추천을 받도록 해야 한다. 특히 특별사면 심사 10년 뒤에 공개하는 회의록을 심사 때마다 공개하도록 해 심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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