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7시(현지시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차이코프스키 콘서트홀. 1,500여명을 수용하는객석은 공연 30여 분 전에 꽉 들이 찼다. 콘서트홀 개관 70년만에 처음 열린 패션쇼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 잡은 오케스트라 공연의 주최자는 다름 아닌 성신여대였다. 성신여대가 한국과 러시아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행사였다.
1부 행사 제목은 한복 패션쇼인'찬란한 유산'. 학교측은 행사를 위해 무려 10년 동안 고증 작업을 벌여 조선 왕실 복식부터 기녀복까지 수십 벌의 전통 의상을 완벽하게 복원해냈다. 관객들은 한복의 화려한 색상과 선의 우아함에 연신 "말라젯(훌륭해)","오친 하라쇼(정말 멋져)"를 외치며 환호했다.
유서 깊은 무대에 한국의 한복 패션쇼가 펼쳐지게 된 데는 발레리 자하로프(66) 차이코프스키 콘서트홀 단장의 공이 컸다. 그는 "음악이나 무용 공연이 아닌 공연이 이 무대에서 허락된 것은 극장 역사상 처음"이라며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과시했다.
20년 전 한ㆍ러 수교 당시 볼쇼이 극장의 작품 담당이던 그는 볼쇼이의 한국 공연을 지원하는 등 양국 문화 교류를 일선에서 이끌기도 했다.
1부 패션쇼가 끝난 뒤 2부 시작 전에는 성신여대 교수와 학생들이 직접 만든 한국 전통 쌀 과자와 약과 등 다과가 제공됐다. 안드레이 알베르꼬프(35)씨는 "한국의 멋과 맛을 한꺼번에 느끼는 날이었다"고 흐뭇해했다. 2부에서는 성신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과 음대 교수 협연으로 분위기를 한껏 이어갔다.
행사에 참석한 이규형 주 러시아대사는 "뜻 깊은 해에 민간차원의 첫 행사가 열려 의미가 더 크다"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양 국 젊은이들의 교류가 더욱 확대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의류전문가인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은 2000년부터 프랑스 미국 일본 러시아 등 해외 각국에서한국 전통 의상의 우수성을 소개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150여명의 성신여대생과 교수들이 참여했다.
모스크바=임현주 기자 korear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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