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군대에서 자신이 동성애자(게이)임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한 이른바 '묻지도, 말하지도 말라(Don't Ask, Don't Tell)'규정이 내년에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1993년 제정된 후 17년 만이다. 그러나 민주당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이 같은 정책에 공화당이 반발하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2일(현지시간)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참석, "동성애자에 대한 군복무 규정을 폐지하기 위한 검토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 규정 폐지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으며, 그는 지난 주 올해 국정연설에서도 이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는 동성애자들에게 공개적인 군복무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다소 완곡한 표현을 사용한 게이츠 장관과 달리 마이크 멀린 미 합참의장은 강력하게 이 규정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멀린 합참의장은 청문회에서 "자국민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거짓말을 하도록 강요하는 정책에 대해 심히 우려해왔다"며 동성애자들의 공개적 군 복무를 지지했다. 그의 발언은 그 동안 군 고위급에서 나온 발언 중 가장 강력한 것이다.
이에 대해 지난 대선 때 공화당 후보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심히 실망스럽다"며 "현 정책이 이상적이지는 않지만 효과적"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묻지도, 말하지도 말라'규정은 1993년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군대내 동성애 문제가 불거지자, 콜린 파월 당시 합참의장이 군대에 동성애자의 근무를 용인하는 대신 타협안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이 법안에 따라 동성애자의 군대 근무가 계속 가능해졌지만, 한편으로 성적 취향에 대한 억압을 이유로 동성애 단체들은 줄곧 폐지를 요구해왔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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