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기관들이 일제히 '도요타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레이 러후드 미 교통장관은 도요타가 가속페달의 안전문제가 드러난 후에도 안이한 대응으로 일관하다 미 교통부가 직접 개입한 뒤에야 리콜에 나섰다고 비난했다. 미 고속도로안전관리국(NHTSA)은 도요타에 벌금 부과를 검토하고 있으며, 미 의회도 청문회를 통해 리콜 시기 적절성 및 문제 원인을 직접 조사하겠다며 도요타를 압박하는 상황이다.
러후드 장관은 2일 AP통신과 인터뷰에서 "가속페달 결함 가능성이 제기됐는데도 도요타가 대응을 질질 끌며 안전문제에 귀를 닫은 듯 했다"고 말했다. 러후드 장관은 도요타가 리콜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NHTSA 관계자들이 지난해 12월 직접 일본 도요타 본사를 방문해 조치를 취하라고 설득해야 했던 사례를 들며 "이런 노력이 없었다면 리콜이 이뤄졌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도요타 문제는 끝난 것이 아니다. 계속 결함 가능성을 점검하고 리콜 이행 상황을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NHTSA도 이날 도요타에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AFP가 보도했다. 만약 부과 결정이 이뤄질 경우 미국 자동차 업체 사상 최대 규모의 벌금이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2004년 와이퍼 결함으로 차량 60만대를 리콜한 제너럴모터스(GM)에 부과한 100만달러가 최고였다. 도요타의 경우 1월 결정한 리콜 규모가 230만대에 이르고, 지난해까지 포함하면 560만대까지 늘어난다.
이와 함께 미 하원 감독 및 정부개혁 위원회는 이나바 요시 도요타 북미법인 회장에게 오는 10일 청문회에서 증언을 요구했으며, 하원 에너지통상 위원회도 25일 별도의 청문회를 개최한다. 에너지통상 위원회는 도요타에 리콜 시기 적절성과 리콜 원인이 전자부품 결함이 아니라는 증거 제출을 요구한 상태다.
미 입법ㆍ행정부가 한꺼번에 도요타에 대해 엄격한 제재에 나서는 것은 분노한 국민들의 시선 때문이다. 지난달 말 도요타가 리콜을 결정한 이후에도 미 당국의 별다른 대응이 없자, 당국이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거셌다. 결국 엄격한 법 적용과 제재를 통해 당국이 계속 노력했다는 사실을 과시하고 도요타에 책임을 지우기 위한 계산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전미자동차노조(UAW)가 도요타가 3월 폐쇄할 예정인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공장 문제를 리콜 사태와 연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의회도 이에 동조하고 나섰다. 소비자 피해로 시작된 도요타 사태가 정치인ㆍ노조와의 갈등으로 비화할 것으로 보인다. UAW 관계자는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리콜 사태가 공장폐쇄를 저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도요타의 미국 시장 판매량이 급감한 반면 미국과 한국 자동차 업체들은 반사이익을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도요타는 1월 미국 시장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동월 대비 약 16%가 감소했다고 AP통신이 3일 밝혔다. GM과 포드 판매는 각각 13.6%와 25% 늘어났으며, 한국 현대차도 24%이상 판매가 늘어났다. 또 지난해 630만대를 판매한 유럽 최대 자동차 폴크스바겐은 중기적으로 연간 자동차 판매 목표를 800만대, 2018년까지 1,000만대로 상향, 도요타를 추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고 WSJ이 3일 보도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