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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부인 종양, 간편한 내시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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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부인 종양, 간편한 내시경으로

입력
2010.02.03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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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점심시간이 되면 삼삼오오 모여 저마다 곱게 싸온 도시락을 펼치며 반찬을 같이 먹었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숟가락과 젓가락을 따로 싸오지만 좀 더 맛있는 반찬을 먹기 위해 수저는 그대로 누워있고 젓가락만이 분주히 움직이며, 한 끼를 배부르게 보내곤 했다. 시간이 흘러 대학 강단에 선 필자는 수술실에서 젓가락질과 흡사한 내시경 기구들을 사용하며 '젓가락 전쟁'을 치르고 있다.

부인 종양을 수술하는데 예전에는 주로 개복술을 시행했다. 복부를 적당한 길이로 절개한 뒤 복강 내 종양을 제거하는 방법인 개복술은 회복에 필요한 시간과 상처 감염 관리, 미용 등에 문제가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투관침을 이용한 복강 내시경 수술이 도입됐다. 최근 10여 년간 복강 내시경의 수술 테크닉은 널리 보급됐고, 부인 암을 수술하는 데에도 널리 적용되기 시작했다.

내시경을 이용한 수술은 우선 복강 내에 가스(이산화탄소)를 주입함으로써 복부를 팽창해 수술에 필요한 공간을 확보한다. 그 뒤 복부에 투관침으로 2~3개 내시경 기구를 넣어 수술을 진행한다. 이런 내시경을 이용한 수술은 환자에게 개복술에서 찾아보기 힘든 많은 이점을 제공한다. 입원기간 단축과 함께 수술 후 통증 완화, 최소화한 흉터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수술이 널리 보급되려 하는 시점에 내시경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들 사이에서 좀 더 획기적인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더해졌고, 최근에는 보편적 내시경 수술의 단점을 최소화 하려는 노력이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부인과 영역에서 태생적으로 존재하는 구멍(배꼽)을 통한 최소 침습수술은 기존 내시경 수술보다 복부의 투관침 부위의 통증과 투관침 수술 흔적의 미용적 불쾌감 등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대두됐다.

복부 피부와 근육층, 신경이 비교적 적은 배꼽은 수술 후 통증을 적게 느낀다는 장점이 있다. 자연히 함몰된 경우가 많아 수술 후 흔적도 적다. 이 부위를 통해 기존 내시경 수술을 진행하는 단독 투관침을 이용한 내시경 수술법은 통합적 시각에선 수술 후 회복관리와 만족도에서 환자에게 이로움을 주는데 초점을 맞두고 있다.

단독 투관침 내시경 수술은 질병 정복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환자의 질병 관리측면에서 좀 더 많은 편리함을 제공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또한 기존 보편적 내시경 수술의 도입과 보급에 선구적 역할을 했던 선배 의사들의 노력이 최소 침습 단독 투관침 내시경 수술의 기초였음은 지극히 당연한 사실이다.

최소 침습 단독 투관침 내시경 수술의 단점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와 노력들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최소 침습적 내시경 수술의 보편화를 빠른 시간 내에 이룰 수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생각된다. 이를 위해, 필자는 오늘 이 시간에도 환자들의 배꼽을 통해서 내시경 기구들을 삽입하며 수술장에서 또 다시 한번 긴 젓가락을 손에 꽉 움켜쥐고 있다.

권용순 제일병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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