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공부의 신'에 나오는 공부비법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의 관심이 뜨겁다.
헝그리 정신은 이미 옛말. 무한경쟁 시대엔 공부도 효율적이고 과학적인 '스킬'이 필요하다. 과학자들은 공부를 잘 하려면 뇌를 알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드라마 속 스타 교사들의 공부비법과 뇌과학의 공부비법을 조합해봤다.
수학공식, 잘 외우고 잘 꺼내야
드라마의 수학교사 차기봉(변희봉)은 "수학도 암기과목"이라고 했다. 기본 공식을 철저히 외워야 한다는 것. 하지만 암기만으론 한계가 있다.
정답과 오답을 가르는 건 암기 실력이 아니라 외워둔 수많은 공식 가운데 문제가 요구하는 것만을 정확히 기억해내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뇌 속에선 정보를 저장하는 과정과 꺼내는 과정이 나뉘어 있다. 정보를 꺼내는 과정을 뇌과학에선 '기억 인출'이라고 부른다.
기억 인출은 주로 뇌 앞부분인 전두엽이 맡는다. 전두엽이 효율적으로 활동해야 빠른 시간 안에 필요한 공식을 정확히 인출해낼 수 있다. 공식과 관련된 내용들을 가능한 많이 기억하려고 애쓰는 것보다 핵심만 집중 암기하면 전두엽의 기억 인출 효율이 높아진다.
영어 울렁증 랩으로 극복
영어엔 별 소질 없는 학생도 팝송 가사 외우는 덴 지장이 없다. '기억 단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영어교사 앤서니 양(이병준)이 학생들에게 영어 단어와 문장을 랩으로 만들어 공부하라고 가르친 건 바로 이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뇌가 한 번에 저장할 수 있는 기억 단위는 7개 내외밖에 안 된다. 그래서 전화번호 숫자가 7∼8자다. 영어 단어도 그냥 외울라치면 금방 한계에 부딪친다.
이럴 땐 기억 단위 자체의 용량을 늘리면 된다. 단위가 커지면 그만큼 기억할 수 있는 양도 많아질 터. 여러 단어를 묶어 몇 개의 문장으로 이뤄진 노래 가사처럼 만들면 기억 단위가 단어에서 문장으로 확대된다. 특히 반복되는 발음이나 구문이 있는 랩이라면 기억하기가 더 쉬울 것이다.
문맥서 파악한 단어 잘 기억돼
앤서니 양의 영어공부 비법 가운데 "영어사전 쓰지 마라"는 다소 충격적이다. 우등생 하면 너덜너덜한 사전이 떠오르게 마련인데 말이다.
사전에서 모르는 단어를 찾을 때 뇌는 단기기억 모드가 된다. 뇌에 새로 입력된 단어를 말 그대로 '잠깐' 저장해 놓는다. 몇 시간 지나면 금새 잊혀진다. 이 과정이 여러 번 반복되면 그 단어는 장기기억으로 넘어간다. 필요할 때 언제든 떠올릴(인출) 수 있을 만큼 기억이 공고해지는 것이다.
모르는 단어가 나왔을 때 사전을 쓰지 않으면 앞뒤 문맥에서 뜻을 유추할 수밖에 없다. 시간은 더 걸리지만 그 동안 단기기억이 지속적으로 자극을 받게 된다. 결국 새 단어가 장기기억으로 더 쉽게 넘어갈 수 있다.
다양한 방법으로 암기력 향상
과학 공식이나 법칙은 무턱대고 외워야 별 도움이 못 된다. 법칙이 나오게 된 전체적인 원리나 현상을 이해해야 문제가 풀린다. 드라마에서 과학교사 장영식(심형탁)은 '메모리 트리'라는 독특한 비법을 소개했다.
커다란 나무의 본체에 중심 주제를 적고 굵은 가지들을 쳐 주제 아래 큰 분류를 쓴 다음, 다시 잔가지들을 그려 세부 분류의 설명과 법칙을 메모하는 방법이다.
메모리 트리엔 글과 그림, 숫자가 섞이게 된다. 정보가 뇌의 여러 부위에 다양한 방식으로 나뉘어 저장된다는 얘기다. 글로 적은 부분을 잊어버려도 그림을 연상하며 다시 떠올릴 수 있다. 뇌를 고루 자극해 활성화시키기도 한다. 책을 소리 내서 읽거나 종이에 쓰면서 공부하는 방식도 비슷한 효과가 있다.
공부 재미있으면 성적도 쑥쑥
드라마의 국어교사 이은유(임지은 분)는 국어를 잘 하려면 편안하고 재미있게 글을 읽으라고 말했다. 언뜻 보면 평범한 조언이지만 과학적으로 상당한 근거가 있다.
뇌 한가운데에 있는 편도체라는 부위는 정서를 조절한다. 공교롭게도 편도체 바로 뒤에는 기억을 관장하는 부위인 해마가 있다. 편도체와 해마는 수많은 신경으로 연결돼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편도체에서 부정적인 정서를 나타내는 물질이 나와 해마의 기능을 방해한다고 알려져 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