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인이가 스무 살을 맞는 느낌은 대학생이 된다는 희열, 성인이 된다는 만족감 이전에 쉼터에서 나와야 하는 나이라는 절실함이 앞선다. 성인이 되는 2월 중순엔 2년 8개월 동안 정들었던 '청소년 쉼터'를 떠나야 한다. 머물 곳이 없거나 가출한 청소년들이 숙식을 해결하는 곳이다.
KBS1 TV에서 4일 밤 11시 30분 방송하는 '현장르포 동행'에서는 쉼터를 떠나 세상에 첫발을 내디딘 혜인이를 만난다. 높기만 한 세상의 벽 앞에서 쓰러지지 않겠다고 약속한 그는 과연 자신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초등학교 4학년 때 부모님의 이혼으로 혜인이는 아빠, 남동생과 함께 살았다. 하지만 아빠의 방황은 이혼 후에도 계속됐고, 월세를 내지 못한 혜인이와 남동생은 집에서 쫓겨나 쉼터로 왔다. 이제 성인이 될 그는 쉼터를 떠나 홀로서기를 준비한다.
그는 대학 진학을 목표로 했다. 실업계 고교로 진학해 과 1등을 할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다. 회계사가 돼 가족을 부양하는 것이 그의 꿈이다. 그러나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500여만원의 대학 등록금은 물론 갈 곳도 마련하지 못했다. 수능이 끝나자마자 아르바이트에 매달렸다. 어떻게든 돈을 모으려고 저녁식사까지 거른 지 벌써 두 달째다.
그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이 쉼터에 아빠의 전화가 걸려왔다. 술에 취해 막무가내로 혜인이를 바꿔달란다. 게다가 동생마저 그에게 같이 살자고 참았던 말을 꺼낸다. 혜인이는 대학 진학의 꿈이 욕심처럼 느껴진다.
심란해질 때마다 엄마를 생각하는 혜인이는 재혼해서 시골에 살고 있는 엄마를 5개월 만에 찾았다. 꿈을 포기하지 말라는 엄마의 말에 용기를 얻어 쓰러지지 않으리라 다시 한번 다짐한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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